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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아닌 '레전드 성악가' 되고 싶다

한인 테너 쌍두마차 메트로 온다 <1> 김재형씨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전속…베르디 작품으로 내달 데뷔
친구 테너 이용훈씨도 같은 시기에 메트 무대 올라 기뻐

서른일곱 살 동갑내기 친구 테너 김재형(영어이름 알프레드)씨와 이용훈씨가 11월 나란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한다. 서울대 성악과 동문인 이들은 2007년 1월 ‘라 트라비아타’로 ‘오페라의 1번지’ 메트 입성했던 김우경씨에 이어 제2, 3호 한인 테너다.
둘 다 1973년생이지만 김씨가 대학 선배다. 이씨는 신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다 서울대에 2년 후 입학, 94학번이 됐다. 서울대 졸업 후 김씨는 프랑크푸르트, 이씨는 뉴욕으로 이주해 성악 공부를 계속했다.
이들의 메트 데뷔작이 베르디 작품인 것도 공통점이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전속인 김씨는 11월 11일, 15일, 19일 ‘일 트로바토레’에서 만리코 역으로 세 차례 등장한다. 뉴욕에 사는 이씨는 11월 29일, 12월 3, 15, 18일 신작 ‘돈 카를로’에서 네 차례 타이틀 롤을 맡는다.
현재 김씨는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의 신작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며, 이씨는 시카고릴릭오페라에서 ‘카르멘’의 주연 돈 호세로 출연하고 있다.
비상의 날개를 펴고 세계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한인 테너 쌍두마차를 지상으로 만난다. 프랑크푸르트의 김재형씨, 시카고의 이용훈씨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들 인터뷰를 20일과 22일자에 잇달아 소개한다.


‘기회의 땅’에서 데뷔하는 영광

-언제 메트의 캐스팅 콜을 받았나.

“첫 번째 콜은 시즌 시작 전인 8월에 받았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터라 너무나 좋은 기회였지만 조금 무리일 것 같아 선뜻 답변하지 못했었다. 차를 폐차할 정도였지만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서 ‘호프만의 이야기’가 올려질 무렵 두 번째 콜을 받고 결정했다.”



-메트 오페라 데뷔는 어떤 의미인가.

“메트 오페라 무대는 성악가라면 누구나 동경하며 꿈꿔오던 무대일 것이다. 유럽 무대가 나에게 음악적 해석과 기교를 냉철하게 가르쳐줬다면,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메트 무대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최고의 경력을 인정받는 무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용훈씨와 같은 시기에 데뷔하게 된 소감은.

“사실 유럽에서도 이렇게 거의 비슷한 시기에 캐스팅되는 것도 드문 일인데 뉴욕에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생면부지의 한국인이 함께 데뷔한다 했더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외로움이 없어질텐데 하물며 친구가 같이 한다면 너무나 기쁜 일 아닐까? 용훈이가 친구지만 학교 후배다. 내가 약 10일 정도 먼저 데뷔를 하는 셈이니 용훈이가 나를 제대로 선배 대접한 것 같다.”

-테너 이용훈씨을 평가한다면.

“학교 때도 잘하던 친구라 다른 친구들처럼 극장에서 노래 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한동안 소식이 뜸했었는데 지금은 그 어떤 이들보다도 잘하고 있지 않은가? 대기만성형의 성악가가 아닌가 싶다.”

-서로 레퍼토리도 비슷하다. 라이벌 의식이 있나.

“개인적으로 라이벌 관계는 언제나 환영하는 입장이다. 내게 라이벌 관계는 제 자신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뿐더러 음악 이외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용훈이가 출연하는 ‘돈 카를로’는 내가 런던 코벤트가든과 노르웨이 오슬로국립극장에서 공연했던 작품을 뉴욕에서 올리는 것이라 아마도 라이벌 관계인 친구에게 그간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친구지만 평생 선의의 라이벌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

-이용훈씨와 추억에 남는 일은.

“내가 사는 비스바덴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한겨울 야외 노천탕에서 그간 못 나눴던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남는다. 마지막 만남은 용훈이가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 ‘돈 카를로’ 공연을 하러 온 시기에 나의 다른 공연을 보러 왔었는데, 그날 따라 내가 고열과 빈혈증세로 분장실에서 링거 맞으며 누워서 의사한테 진료받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아마 공연보다 아팠던 내 모습을 더 기억할 것 같다.”

스리(Three) 테너 콘서트 기대해 볼만

-‘일 트로바토레’의 만리코는 어떤 캐릭터인가.

“베르디 오페라의 특징인데, 대부분 테너 역할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마음은 연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만리코 역시 겉으로는 한 무리를 책임지는 책임자이지만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삶을 살며 그 갈등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하는 연약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대타 성악가’라는 별명에 대한 생각은.(2009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돈 카를로’에서 요나스 카프만이 취소해 대타로 무대에 올랐다. 원래 메트의 정식 데뷔도 2016년이었으나, ‘일 트로바토레’의 마르첼로 알바레즈가 개인적 사유로 출연을 취소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런 별명이 붙었는데, 사실은 개의치 않고 있다. 별명이 있다는 게 즐거운 것 아닌가? 하지만 앞으로는 ‘대타 성악가’가 아닌 ‘레전드 성악가’로 불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현대적 버전인가.

“이번 ‘호프만의 이야기’는 유럽에서 공연한 다른 현대적 연출 기법보다는 트래디셔널한 연출이다. 현대적 연출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각 역할의 디테일한 면을 연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섬세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음악적인 요소를 너무 많이 잃어버릴 수 있다는 큰 단점도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의 디테일을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교본을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뉴욕에 대한 기억은.

“올 초 카네기홀에 콘서트 때문에 갔었다. 정말 복잡했다. 당시 눈이 정말 많이 왔었다. 눈 구경만 실컷 하고 센트럴파크에서 엉겁결에 눈싸움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일정은 제게 조금 힘들어서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다. 리허설 중간 공연 때문에 독일을 다녀와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용훈이와 찜질방 방문이 먼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김우경·김재형·이용훈…‘스리 코리안 테너’ 콘서트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정말 재미있는 콘서트가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청중의 입장에서 기다려지는 공연이 아닐까 싶다!”

☞◆김재형(37)씨는=서울대 성악과를 거쳐 프랑크푸르트국립음대에서 석사 학위, 칼스루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98년 뮌헨 ARD음악 콩쿠르 입상, 2002년 파리의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특별상 수상. 카젤과 비스바덴 오페라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오페라 전속.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슬로에서 ‘돈 카를로’ 주연, 비엔나국립오페라에서 ‘토스카’의 주연. 이번 시즌 프랑크푸르트오페라에서 ‘호프만의 이야기’‘토스카’‘시몬 보카네그라’ 등에 출연. 차후 비엔나국립오페라(운명의 힘), 베를린 도이치오페라와 런던 로열오페라(투란도트)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계약이 돼 있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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