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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다시 한국행을 꿈꾸십니까

이종호/논설위원

불황 탓일까요. 요즘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사람 사는 재미가 없고 늘 바쁘기만 했다. 실속 없는 이민 생활에 지쳤다" "이민생활 내내 먹고사는 문제부터 영어까지 설움이 말도 못했다. 아이도 다 컸으니 지금부터는 내 나라 내 땅에서 살고 싶다."

이런 말들은 그만큼 미국 생활이 밋밋하다거나 힘이 든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죽으라 고생만 한 세월이 서러워서 아니면 갈수록 더 호사를 누리고 있는 요즘의 고국을 보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이유야 어떻든 돌아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해외에서 영주 귀국한 사람이 전년보다 14%나 증가한 4301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05년 이후부터는 매년 10% 이상씩 역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통계가 이렇다면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유학이나 취업으로 왔다가 그냥 돌아간 사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에 들어가 사는 사람 혹은 양쪽을 오가며 사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말이 역이민이지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말처럼 쉬운가요? 달라진 문화 달라진 환경은 이미 떠나올 때의 그것이 아닐 것입니다. 완전히 사회활동을 접은 은퇴자가 아니라면 당장 벌어먹고 사는 일도 문제입니다. 거기다 비싼 주거비에 아이들 교육비 부담은 어떡하고요.

한국 물정을 몰라 가져간 돈을 날리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국 생활에 적응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역역이민'을 오는 사람도 적지가 않다는군요.

사실 미국에서 살 것인가 다시 돌아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어디에 살 것인가라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너는 어느쪽이냐'고 물어오면 조심스럽지만 저는 미국이라고 대답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그래도 미국이 좀 더 감사를 느끼며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지난 10년의 경험 때문입니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고 남의 간섭이나 눈치 살피지 않고 개성대로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작은 일 사소한 일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자유함입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선 무엇이든 경쟁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비교가 되었고 남이 하면 무조건 나도 해야 했습니다. 그런 평균적이고 획일적인 것이 싫었습니다. 피곤한 인간관계나 복잡하고 어지러운 환경 지나칠 정도로 사람 손이 닿은 자연을 떠올려도 역시 미국에 온 것이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저도 미국 생활이 불편하고 답답하고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돌아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이곳이 힘들다고 또 다른 탈출구나 피난처로 다시 한국을 선택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태어난 고국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미국이란 이 땅은 분명히 내 발로 찾아 온 곳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엄숙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많은 분들이 처음 태평양을 건널 때를 떠올리며 이민 생활에 지친 마음을 추스르는 것입니다.

이민자들에게 소망의 땅은 이제 한국이 아니라 이곳입니다. 나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도 모두 이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숙명적으로 사랑하고 정 붙여야 할 땅은 그래서 미국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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