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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허각의 아름다운 '인생역전'

김석하/사회부 부국장

#.한 청년의 '인생 역전'이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한국의 케이블TV에서 방송된 '슈퍼스타K2'라는 노래경연대회에서 25살 난 허각은 135만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허각은 2억의 상금과 자신의 앨범을 제작하는 꿈을 이뤘다. 게다가 높은 시청률로 전국구 유명세를 탄 그는 가수로서 앞날도 창창하다.

그는 중졸 학력에 환풍기 수리공이었다. 160센티가 조금 넘는 키다. 허각과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툰 경쟁자는 존 박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유명인사였다. 시카고 한인으로 전세계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TV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톱 20까지 올랐다. 대회기간 내내 출연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감을 샀다. 180센티의 키에 명문 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과 재학생이다.

#. 대회가 끝나고 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2등 하기를 정말 잘했다. 부담되지 않아 얼마나 좋냐"고 했다고 한다. 존도 "만약 내가 이겼다면 부담이 컸을거다. 예쁘게 깔끔한 마무리가 돼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모자는 '부담'이 걱정스러웠다.

특히 어머니는 아들이 1등하면 자칫 감당키 어려운 비난을 당할지 모른다고 염려했을 수 있다. 한국서 재미동포는 여전히 가진 자이고 '없는' 허각과의 경쟁 구도에서 그러한 신분은 엉뚱한 타겟이 될 수 있다. 만일 존이 우승했다면 '군대도 안 간 미국 동포청년이 거액(상금과 향후 개연성이 높은 광고료 등)을 챙겨 돌아갈 것이다'라는 뒤틀린 애국심의 글이 인터넷에 범람할지 누가 알겠나. 상당수 재미한인들은 존의 어머니 심정이리라.



#.예선에서 허각은 존 박에게 진 적이 있다. 같은 소그룹에 속해 같은 노래를 한 뒤 존은 통과하고 허각은 떨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존은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지만 허각은 너무 틀에 박힌 스타일로 발전 가능성이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허각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원들은 속삭이는 소리를 통해 "재(허각)는 떨어뜨렸다가 다시…"라는 말이 나왔다.(허각은 떨어진후 패자부활전에서 통과했다) 이때부터 '캐릭터의 충돌'이라는 드라마적 요소가 갖춰졌다. 시청자들은 너무도 다른 환경의 두 청년에 집중했고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 사상 최고인 18.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결승전)을 기록했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을 공중파 방송 시청률로 환산할 경우 통상 3~5배가 가산된다고 한다.

#.단순한 노래대회는 '스토리' 향연이 됐고 '역경'이라는 훈장이 많은 허각이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다는 말은 사실 틀린 말이다. 그는 무엇도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자신을 놓지 않았다. 바로 옆에 평생 꿈인 음악을 붙잡아 놓고 있었을 뿐이다. 그 끈은 피와 땀 눈물이었다. 존 박도 자신을 놓지 않았다. 미국서 수많은 주류 청년들과 경쟁하며 도전을 시작한 그도 낯선 모국에서 큰 환대와 박수를 받으며 꿈을 이뤘다. '다르지만 똑같은' 두 청년은 깊은 우정을 나눴고 치열하게 경쟁했고 당당하게 승리해 감동을 줬다.

0과 1의 차가운 배열인 디지털 세상에서는 감동은 없다. 정확성과 효율만이 남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쓰라린 현재의 고통과 힘겨움은 감동드라마를 위한 필수요소다. 감동만이 사람과 세상을 움직인다. 오늘의 역경과 고난은 그래서 참을 만하다. 산다는 것은 이야기를 만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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