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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13세 소년의 방화

[LA중앙일보] 발행 2010/10/27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10/26 20:37

김완신/논설위원 실장

개인의 재능 무시하고 물질과 명예만 찾는 교육 목표는 지양돼야
지난 21일 한국에서는 13세 중학생이 자택을 방화해 부모와 여동생 할머니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소년은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학교 과학시간에 필요하다고 부모를 속여 휘발유를 구입했고 집에 화재를 일으킨 후에는 아파트의 감시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계단을 통해 도주했다.

경찰 조사에서 소년은 사진촬영과 춤을 좋아해 예능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아버지는 판검사가 돼야 한다며 공부를 강요하면서 폭행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만 없으면 남은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13세 소년의 단순하고 황폐한 생각이 이같은 엄청난 화를 가져온 것이다.

방화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후 케이블TV방송 엠넷이 실시한 '슈퍼스타K 2'에서 허각이라는 청년이 우승을 했다. 이 청년은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인간승리의 감동 드라마를 만들었다. 14세때 노래자랑 대회에 처음 출전한 후 노래가 좋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또래의 아이들이 책과 씨름할 때 그는 '가요톱10'을 보면서 가수가 되는 '영재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한 소년은 자신이 재능과 꿈을 말살해 버린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고 다른 청년은 많은 부모들이 원하는 공부의 길을 버리고 자신이 택한 음악의 무대에 우뚝 섰다.

방화를 한 소년의 아버지도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예술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수많은 경쟁자를 넘어야만 직업으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아버지는 그런 어려운 길보다는 '공부'라는 안정적이고 성공확률이 높은 방법을 택하기 원했을지도 모른다. 스타쇼에서 우승을 차지한 청년의 경우도 백만여명을 이겨야 하는 희박한 가능성의 경쟁에서 성공했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13세 소년은 방화로 가족을 죽게 한 가해자면서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강압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었던 피해자였다.비록 그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교육의 목표가 부와 명예인 사회가 만든 비극이기도 하다.

다비드상과 피에타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에게 주위에서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어냐"고 물었다. 그때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하려는 대리석 안에는 원래부터 존재한 형상이 있고 조각가는 그 형상을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답했다.자신은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대리석 안에 있는 물체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은 교육의 목표에 대해 '개인들이 지닌 각각의 생각과 재능을 끌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르다. 그러나 현실의 교육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돈 버는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전락되고 있다.

부모는 자녀의 재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의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들판에 핀 꽃들의 이름을 생각하는 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할 수 없고 반대로 세상적인 야망을 꿈꾸는 아이들을 시류를 떠나는 부모들의 낭만 여행에 동행자로 만들어서도 안된다. 부모가 임의로 정한 자녀들의 삶의 방식이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그들이 살아야 미래는 지금의 잣대로 성공을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대리석 속에는 이미 '자식'이라는 타고 난 형상이 있는데 부모의 헛된 욕심이 다른 조각상을 만들려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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