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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책만 읽는 바보'가 가끔은 그립다

이종호/논설위원

가을에 딱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1998년 나온 '유브 갓 메일'이다. 이메일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알콩달콩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가 뉴욕의 풍경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주인공은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멕 라이언과 기업형 대형서점 사장 톰 행크스. 인근에 들어선 대형서점 때문에 작은 서점이 문을 닫지만 결국 여주인공은 사랑도 이루고 그 대형서점에 일자리도 얻는다는 해피엔딩의 영화다.

그러나 현실에선 절대 이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네 소형서점들의 씨가 마른 것은 물론 대형서점들 마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미 '보더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대폭 줄이고 전자책 시장으로 주력을 옮겨가고 있다. '반스&노블' 역시 지점을 줄여가며 인수처를 찾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명소였던 '종로서적'은 진작 사라졌다. 고향 부산에서도 30년 전통의 서면 '동보서적'이 지난 달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 달도 못되어 55년 역사의 '문우당' 서점도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의 한인 서점도 나을 게 없는 것 같다. 2011년판 중앙일보 한인업소록을 보면 LA일원 서점은 30개 정도다. 이중 일부 종교 전문 서점을 제외하면 어느 곳 하나 시원하게 영업이 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서점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달라진 세상 탓이다. 우선 가격경쟁에서 도저히 인터넷 서점을 따라갈 수가 없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다는데 있다. 인터넷에 TV에 각종 오락 기기들까지 재미와 자극이 도처에 널렸다. 이런 판국에 활자의 매력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한참 시대착오다.

어떤 출판전문가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우리 사회에 책 읽고 성공한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요즘 젊은이들은 진작에 간파했다. 금력과 권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지식과 지성의 가치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그들은 안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에 누가 시간과 돈을 쏟아붓겠는가"

정곡을 찔렀다. 책을 끼고 사는 사람치고 세상살이에 변변한 사람 없더라는 말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겐 어떠한 물질로도 채우지 못하는 영혼의 부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책이라고 또한 확신한다.

책을 읽는 목적은 여러가지다. 지식과 교양 정서적 안정 창의적 상상력 키우기. 다 맞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책읽기란 여행과 같다. 지친 육신과 영혼에 휴식을 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여행이 그렇듯 독서의 진정한 효용도 이것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이라지만 더러는 이런 특별한 즐거움 특별한 휴식에 동참해 보기를 권하는 것이다.

최근 한인타운의 한 서점이 매장을 세 배나 넓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를 기념해 아이패드.도서상품권 등을 내걸고 '책 읽는 사진' 컨테스트도 펼친다고 한다. 불황의 시기에 대단한 용기요 결단이다. 바라기는 이 서점의 이런 도전이 동포사회의 독서 분위기를 새롭게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아가 이런 일을 기회 삼아 모든 한인 서점들이 힘을 모아 책사랑 공동 캠페인 같은 것도 벌였으면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과거 한국의 동네 서점들이 우리에게 지식과 교양을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었던 것처럼 한인 서점들도 이민 생활에 찌든 우리에게 지적 위안과 안식을 주는 그런 공간으로 번창하는 꿈도 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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