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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인 후보라고 무조건 밀어야 하나

임상환/사회부 차장

"한인이면 무조건 찍어야 합니까."

중간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에서 심심찮게 들려 오는 말이다. 당연하다.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투표 행태가 아니다.

후보가 어떤 사람이며 신뢰할 수 있는지 무슨 생각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후보에 대해 알아 본 결과 자질이 부족하다면 표를 주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한인사회 정치력의 현주소다. 부적격자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은 그렇다쳐도 한인 후보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며 판단을 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란 느낌이 든다.



가까운 베트남계 커뮤니티를 보자. 베트남계의 오렌지카운티 이민 역사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됐다. 한인사회와 비슷한 시기이다. 하지만 베트남계 커뮤니티는 오렌지카운티 정계에서 무시못할 세력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베트남계 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의 배경엔 한 명이라도 더 정치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대한 다수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합의와 실천이 있었다.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로레타 산체스 연방하원의원에게 도전하는 밴 트랜 가주상원의원이 재닛 우엔 OC수퍼바이저 위원장과는 정치적 라이벌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우엔 위원장은 최근 트랜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우엔 위원장의 깜짝 선언엔 민주당의 산체스 의원을 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OC 가주 전국 공화당의 압력도 작용했겠지만 '베트남계 최초의 연방하원의원 배출'이란 커뮤니티의 숙원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베트남계 커뮤니티는 올해 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기록 수립에 도전한다. 이미 5명 중 3명으로 과반을 장악한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에 또 한 명의 베트남계 시의원이 입성하게 된다면 시의회 의석 5개 중 4개가 베트남계로 채워지게 된다.

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OC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베트남계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오렌지카운티 34개 도시 중 한인이 시의회에 버티고 있는 곳은 단 한 도시 어바인 뿐이다.

한인사회도 정치력 신장을 위해선 어지간한 앙금이나 개인적 호불호를 어느 정도는 초월할 필요가 있다. 모든 면에서 딱 떨어지는 한인 후보가 출마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나무 밑에 서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격이다.

올해 선거는 그 결과에 관계 없이 한인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인이 대거 당선된다면 향후 선거에서 한인의 입후보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OC 및 인근 지역의 선거 승리는 강석희 어바인 시장 최석호 시의원 조재길 세리토스 시장 등 1세에 의해 주도됐다. 이번 선거엔 1.5세로 분류될 수 있는 후보가 스티브 황보 롤랜드 지 제리 공 등 3명이나 된다. 이들이 올해 선거에서 약진한다면 정계 진출을 모색하는 후세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당선 가능성을 따지기 이전에 최대한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인 밀집 거주 도시에 출마한 한인 후보들이 정작 한인들의 표를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인 정치인은 고사하고 한인 후보를 구경하기 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한인 후보를 위해 투표하는 것이 싫다면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돕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자. 이는 우리의 후세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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