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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백제 근초고왕의 칠지도

[LA중앙일보] 발행 2010/11/17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11/16 22:16

김완신/논설실장

시대정신 담겨있는 문화재, 제 나라에 있어야 가장 빛나…약탈 문화재 되찾는 노력 절실
일본 나라현 이소노카미 신궁에는 ‘칠지도(七支刀)’라는 칼이 있다. 몸통 양편에 각각 3개의 칼날이 있어 칠지도로 불린다.

신비에 싸여있던 칠지도가 처음 공개됐을 때 일본은 칼에 새겨진 글자를 임의로 해석해, 당시 백제의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바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사학계는 이 칼이 광개토대왕릉비와 함께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북한 사학자들은 칠지도가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헌사’한 것이 아니라 ‘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구려를 공격할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며 백제 최고의 전성기를 통치했던 근초고왕이 소국의 왜왕에게 칼을 ‘헌사’했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후에 사학자들이 누락된 글자들을 판독하고 삼국시대 국가간 세력의 역학관계 검증을 통해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하사’했다는 것을 정설로 굳혔다.

칠지도에서 보듯 유물은 역사 해석의 근거가 된다. 또한 문화재와 유물에는 이들을 제작한 시대정신과 혼이 담겨져 있다.

지난 12일 한국과 프랑스는 정상회담을 통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를 사실상 한국정부에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일본도 일제 강점기에 수탈한 조선왕실의궤 등 문화재급 도서 1205점을 반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열강의 침략을 받았던 한국은 수많은 유물을 약탈당했다. 2005년 문화재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빼앗긴 문화재는 7만4434점에 달한다. 이는 공식 확인된 것만 집계한 것으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문화재를 포함하면 10만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출된 문화재는 20여개국이 소장하고 있으며 그중 3만4331점이 일본에 있다.

문화재 반환 규정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국제법에 근거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유네스코 아이콤 회의에서 ‘원산국의 문화와 기원을 이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화재는 원산국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디카의 원칙’을 발표했을 뿐이다.

반출된 문화재는 다시 찾기 어렵다. 외규장각 도서는 미테랑 대통령 시절부터 논의돼 왔으나 최근에서야 반환이 이뤄졌고 일본의 도서반환은 65년만에 실현됐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도 “서구가 아시아 문화재를 약탈한 것이 아니라 보호했다”며 문화재 반환거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문화재 반환문제로 불거질 외교마찰과 부작용을 우려해 문화재 되찾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해 문화재 반환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화재는 그것이 만들어진 곳에 있을 때 가장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여러 나라에 자국의 유물 수만점을 반환해 줄 것을 요청했고 급성장을 이룬 경제력을 바탕으로 크리스티 등의 경매에서 6만여점의 문화재를 다시 구입했다. 이탈리아도 십 수년의 노력 끝에 폴 게티 뮤지엄이 불법 취득한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법적대응을 강구했다.

역사는 ‘과거’다. 흘러간 역사가 현재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문화재와 유물을 통해 과거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반환은 역사를 다시 찾는 운동이며 나아가 한국의 정신과 얼을 지켜 나가는 길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역사를 모르는 것은 어린 아이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 되찾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이국의 땅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우리 문화재들은 미숙한 역사 의식의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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