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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아시안 게임 뒤집어 보기

이종호/논설위원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나선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초중반 호조로 65개였던 금메달 목표를 71개까지 높여 잡았다. 이번 대회의 금메달은 모두 476개. 한국은 크리켓을 제외한 41개 전 종목에서 메달사냥을 하고 있다.

꿈만 같다. 올림픽 메달은 꿈도 못꾸던 시절, 아시안 게임 메달 하나에도 그렇게 감격해 하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 틀린 말이 아니었다. 1951년 인도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8회 대회까진 일본의 독무대였다. 1982년 9회 대회부터 1등은 늘 중국 차지다. 2위는 한국과 일본의 다툼. 하지만 1986년 서울대회부터는 완전히 일본을 제쳤다. 단 한 번, 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만 일본에 밀렸을 뿐이다.

그런데 너무 흔해진 금메달 때문일까. 솔직히 요즘 아시안 게임은 예전같지가 않다. 한국 언론이 전하는 열기도 그렇게 뜨겁지가 않다.



미국에 살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더 큰 대회가 있고, 거기서 쏟아지는 감동이 더 커서일지도 모르겠다.

몇몇 국가의 메달 독식도 흥미를 반감시킨다. 400개가 넘는 전체 금메달의 3분의 2 이상을 한·중·일 세 나라가 쓸어 간다. 이번에도 어제(17일)까지 금메달을 한 개라도 딴 나라는 참가 45개국중 13개국 뿐이다. 아마 대회가 끝날 때까지 금메달은 커녕 동메달도 하나 목에 걸지 못하고 돌아갈 나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금을 향한 선수들의 땀방울은 귀하고 값지다. 수영 2관왕 박태환은 수영장이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없이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선수가 얼마나 될까. 마땅히 경의를 표하고 갈채를 보낼 일이다.

그러나 성적에만 집착하는 결과주의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합니다’라는 어느 대기업의 광고 문구는 ‘결과주의’ 한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은메달 10개를 따고, 동메달 100개를 따도 금메달 1개보다 대접을 못 받는 사회는 그래서 안타깝다.

과거 공산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선수들을 키웠다. 오직 올림픽이나 국제 스포츠 무대를 위해 기계적으로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보란듯이 메달을 휩쓸어 갔다. 물론 우리도 비슷했다.

그러나 메달 수가 국력인 시대는 지났다, 선수 개인의 영광이 국가의 영광과 동일시되는 세상도 아니다. 그러니 스포츠 대회 감상법도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

한국은 더 이상 극동의 힘없는 나라가 아니다. 나와 남이 모두 인정하는 경제 강국, 문화 강국, 스포츠 강국이 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금메달 개수 만을 따질 게 아니라 국력에 걸맞은 나눔과 배려의 정신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유도의 왕기춘 선수.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 선수가 발목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부러 그쪽은 공격하지 않았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서였다. 결국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그는 어느 금메달보다 값진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런 거다.

몽골 야구팀은 돈이 없어 달랑 나무 배트 1개를 들고 출전했다. 그나마도 배트가 부러져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소식을 듣고 한국이 먼저 나서서 배트를 조달해 주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4년 후 아시안 게임은 인천이다. 잘 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45개국이 또 한국으로 모일 것이다. 그 때 한국은 성적으로도 칭찬받아야겠지만, 잘 베풀고 잘 나누는 것으로 더 많이 칭찬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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