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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산책] 야구장에서의 오페라 관람

김종우/음악칼럼니스트

지난 9월 19일 오후 2시, 워싱턴 DC 아나코스티아강변의 네이비 야드에 위치한 내셔널스 야구장 (Nationals Park)에서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렸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야구가 아닌 오페라 공연이 중계된 것이다.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케네디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가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된 것이다.

과연 야구와 오페라 간에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야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팀의 이름은 Washington Nationals이고, 야구장에서 중계되고 있는 오페라단의 이름은 Washington National Opera이니 이름 상으로 상당히 유사한 단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상당히 틀린 부분이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야구는 계속적으로 흥행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일례로, 음악 감독인 플라치도 도밍고가 꽤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야구선수들의 연봉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청중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경제규모도 그에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야구장으로 모이는 관중들 중 몇 %라도 음악당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에서 이러한 색다른 이벤트를 기획한 것 같다.

물론 관중들의 입장은, 오페라가 좋아서 일수도 있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만 밟아볼 수 있는 외야(Outfield)에서 평생에 한번 선탠을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최상의 그라운드에서 뛰어놀 수 있으니 일석다조인 셈이다.



과연 이 공연은 성공적이었을까? 글쎄다. 우선 관중들의 성향이 크게 두부류로 패가 갈리는 것 같다. 야구장이야말로 웃고 떠들며 점수가 났을 때 환호하며 역동적으로 즐기는 곳이다. 이에 반하여 오페라 홀에서는 드레스 코드와 에티켓이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다면 야구장으로 중계되는 오페라 실황을 관람하는 청중들에게는 어떠한 덕목이 요구될까? 처음 시도되는 이벤트라 이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고, 해서 어떤 이는 야구장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웃고 떠드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오페라에 진지하게 몰입하려고 소음을 자제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두 그룹간의 대립이 상황을 험악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성패의 요소는, 오페라의 내용이다. 많은 오페라가 그렇듯이 가면무도회도 애정 삼각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이미 한국의 드라마에서 보다 복잡한 구조의 애정역학관계를 경험해서 그런지, 내용 자체가 쉽게 들어오기는 했지만, 특별히 어린이들과 같이 볼만큼 교육적인 내용 같지는 않다. 또한 오페라가 소위 유럽의 전통문화의 하나인데, 대다수 미국인 특히 젊은이들에게 원형그대로 어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마디로 시도는 참신했지만, 야구장에 모인 청중들이 보다 역동적이고 교육적이며 미국적인 문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새로운 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공연이 끝나고 옆자리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공연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미국인들의 취미생활에서의 내공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실은, 케네디센터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했기 때문에 풍월을 읊는 수준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래 사이트에 그날의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http://www.metroclassic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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