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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버지'로 기억되는 맥아더 장군

김완신/논설실장

"우리 업소는 직원들이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을 열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 한 패스트푸드 식당에 들렀을 때 출입구에 붙어 있던 문구다. '추수감사절 휴업'이라고 간단히 적어도 될 것을 굳이 직원들의 가족 모임을 배려한다는 문구를 넣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나게 했다.

내일(25일)은 추수감사절이다.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는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한 해를 보내면서 감사의 시간을 갖는다.

미국에는 여러 명절이 있지만 추수감사절만큼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날도 드물다. 한 해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맞는 추수감사절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사 뿐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가족들을 돌아보게 한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다. 무한한 애정으로 결속되고 승패와 이해관계가 없는 유일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가정의 가치를 존중한다. 정계를 은퇴하는 많은 정치인들은 퇴임 이유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퇴임 사유를 들을 때마다 미국인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치라는 치열한 싸움터에서 평생을 보낸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길을 마음으로 축복한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세라 페일린의 고교생 딸이 혼전임신으로 구설수에 올랐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가족을 우리의 정치에 끌어들여 가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영향력 있는 삶을 위해 가정이 희생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업적과 사회적 성공도 가정을 대신할 수 없고 그 가치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주 실시된 타임과 퓨 리서치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결혼이 필수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978년 조사에서 28%가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답한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결혼의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어도 가족의 의미는 변치않는 지고의 가치로 남아있다. 같은 조사에서 76%의 설문 대상자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고 했고 85%는 어렸을 때보다 지금의 가족간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졌다고 답했다.

가정의 근간이 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결혼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결혼이 갖는 결속력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가정은 여전히 행복의 원천으로 남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세계사에 기록된 명장이다. 맥아더 장군은 한 기도문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군인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더 자랑스러운 것은 한 가정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전장은 새로운 것을 세우기 위해 파괴하지만 가정은 파괴없이 창조와 생명을 만드는 곳이다."

맥아더 장군은 또 기도의 마지막을 "나의 아들이 나를 전쟁터의 장군으로 기억하기 보다는 한 가정의 아버지로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로 맺고 있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다. 추위 속에서도 온기를 느끼고 불황의 칼끝에서도 희망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환한 웃음이 각박한 세상에 따스한 빛이 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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