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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광장] 테너 김재형·이용훈씨 메트오페라 정복기

◇…“‘돈 카를로’에선 체력안배를 잘해야 돼. 계속 무대에 나와있어야 하니깐. 또, 1막에선 무대가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헝겊이 깔려 있어서 넘어지기 쉽거든.”

이달 11일 ‘일 트로바토레’의 주역으로 출연하며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제 2호 한인 테너가 된 김재형(영어이름 알프레드 김)씨는 데뷔 전날, 오페라하우스의 프레스룸에서 친구 이용훈씨에게 조언했다. 이씨는 오는 29일 ‘돈 카를로’에 주역으로 데뷔하며 한인 테너 3호가 된다. 김씨는 이미 런던 코벤트가든과 노르웨이 오슬로국립극장에서 메트의 새 프로덕션 ‘돈 카를로’를 공연한 바 있다.

프랑크푸르트오페라 전속인 김씨는 올 가을 ‘호프만의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출연 중, 시카고릴릭오페라에서 ‘카르멘’의 주역으로 찬사를 받은 이씨는 지난달 30일 각각 뉴욕에 왔다. 유럽 일대에서 공연해온 이씨는 근 1년만의 귀가다. “이제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호텔이라고 한답니다.”

독일의 김재형씨와 뉴욕의 이용훈씨가 11월 나란히 ‘오페라의 1번지’ 메트에 데뷔하는 것은 2007년 1월 ‘라 트라비아타’로 메트에 입성한 김우경씨에 이은 한인 성악가들의 쾌거다. 메트 공연 경력은 성악가에게 ‘화려한 보증수표’다. 세계 최고의 목소리들이 초청되는 메트 무대에 일단 오르면, 성악가는 세계 톱 클래스 오페라하우스로 도약의 발판을 밟는 셈이다. 젊은 그들의 메트 데뷔에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재형과 이용훈, 서른일곱 동갑에 서울대학교 성악과 동문인 이들은 이들이 졸업 후 각각 유럽과 미국으로 향했다. 김씨는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크푸르트로, 이씨는 뉴욕으로 와서 음대에서 ‘목소리’라는 천부적인 악기들을 단련했다.

“재형이는 유럽에서 ‘풍운아’라고 부른답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커리어를 발전시켜 왕성히 활동해 결실을 보고 있는 케이스지요. 그래서 실력이 더 탄탄한 셈입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르는 ‘투란도트’ 중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들고’를 들으면서 ‘나는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자신감으로 성악을 시작했다. 마땅한 한인 롤 모델이 없던 시절,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오페라의 고향’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로 갔다.

무명시절 김씨는 들어오는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서 능숙하게 해오다가 스타 테너 요나스 카프만의 대타를 훌륭하게 해서 유럽에서 유명해졌다. 메트 데뷔도 마르첼로 알바레즈의 취소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대타 성악가’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반짝하는 테너’라기보다는 많은 역에 능한 ‘전천후 성악가’로 인정된 그는 메트 데뷔 후, 비상의 날개를 펴게 될 것이다.

소프라노 허원씨와 결혼, 아들(6)과 딸(2)을 둔 김씨는 내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의 ‘투란도트’에 캐스팅되어 있다.

◇… “저도 역시 누군가(마르첼로 지오르다니)가 취소했기 때문에 돈 카를로역을 하면서 행운을 잡았습니다. 사실 도밍고도 프랑코 코렐리의 대역으로 메트에 데뷔했고, 스타가 된 것입니다.” 용훈씨는 친구 재형씨처럼 자신도 ‘대타’였다고 밝힌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용훈이는 지금 그 어떤 이들보다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만성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용훈씨에 대한 재형씨의 평가다.

뉴요커인 이용훈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자신의 본업은 ‘오페라 가수라기보다 찬양 선교사’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의 캐스팅 콜에도 과감하게 “No”라고한 것은 전도집회라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젤은 이씨의 신앙심에 경의를 표하고 기다렸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마젤과 호흡을 맞춘 ‘돈 카를로’ 공연은 대성공이었고, 그 후로 캐스팅콜이 쏟아졌다. 이씨는 ‘돈 카를로’‘카르멘’‘토스카’ 주역으로 자신을 관리해가는 중이다.

그는 내년 1월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데뷔한다. 내년 2월 초엔 피아니스트 이은영씨와의 사이에서 첫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서른 여덟 살에 아빠가 될 이씨는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 스칼라의 마지막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다.

박숙희 특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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