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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함부로 전쟁을 말하지 말라

[LA중앙일보] 발행 2010/12/0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12/01 18:56

이종호/논설위원

구겨진 대한민국 자존심에
우려되는 '일전불사론' 확산
힘 더 기르는 계기 삼아야


'이러다가 정말 전쟁이 나는 게 아닐까.' 한국 국민들은 불안하다. '정말로 이민 보따리를 싸야 하나.' 근심어린 소리도 들린다.

마음이 무겁긴 미주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두고 온 부모 형제가 걸리고 걸쳐놓은 일들이 걱정이다. 한동안 들먹여지던 역이민 이야기도 쑥 들어갔다.

전쟁은 딴 나라 얘기인줄 알았다. 6.25 포성이 멈추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대치와 긴장은 무감각한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위장된 평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연평도 포격은 그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훨씬 구체적으로 전쟁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참을 것인가. 본때를 보여야 한다.' 일전불사 규탄의 목소리도 하늘을 찌른다.

'국민이 사 준 최신예 F15 전투기가 울고 있다 3일만 참아주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아예 드러내놓고 전쟁을 부추기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전쟁이 그렇게 쉽게 떠벌릴 일인가.

우리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60년을 전시동원체제로 다져온 그들이다.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무기로 무장했다는 게 괜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거기다 우린 가진 것이 많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서울은 전투기로 몇 분이면 닿는다. 그들의 직접 사정거리이기도 하다. 피땀 흘려 쌓은 경제 부흥이 한 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금융서버.공항.항만.교통 등의 기간시설 피해는 또 어찌하고. 3일이면 승리는 우리의 것일 수 있지만 3일이면 우리의 모든 것 또한 재가 될 수 있다.

국방장관도 말했지만 전쟁은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고 피가 튀는 삶과 죽음의 문제다. 우리의 아들 형제 친구들이 목숨 내놓고 감당해야 할 참혹한 현실이다.

과거처럼 영토를 넓히고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승자독식의 전쟁은 더 이상 없다. 현대전은 이기고 지는 것조차 모호하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어떠했던가. 이라크에선? 또 지금 아프간에선?

전쟁이 나면 내심 환호할 나라는 따로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일본.중국이고 대만과 유럽이다.

전쟁이 불황을 이겨내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세계가 이미 경험했다. 미국은 2차세계대전으로 대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일본은 6.25 3년간의 전쟁특수로 전후 복구와 부흥의 길을 열었다. 당시 일본의 1000여개의 군수공장에서 미군에게 공급한 군수품이 25억달러 어치나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어떻게 그 맛을 잊겠는가.

손자병법의 36계 중 제4계는 '이일대로(以逸待勞)'다. 일(逸)은 여유 로(勞)는 피로한 상태를 말한다. 제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지고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리라는 말이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먼저 적에게 공격의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압도적 전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 적이 피로해 지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딱 우리 얘기다. 북한은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군데라도 정상이 아니다. 그냥 둬도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조금만 더 인내한다면 제 풀에 넘어질 것이다.

병법에서 상책중의 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했다. 당장 자존심이 구겨지고 마음에 상처는 입었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긴다는 자신감으로 기다려야 한다. 더 이상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내부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함부로 전쟁을 말할 때가 아니다. 분노하되 냉정해야 하고 규탄하되 신중해야 한다. 내가 당장 총 들고 나설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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