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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요리 취미와 이타적 유전자

김완신/논설실장

요리가 취미인 사람들이 있다. 조리과정을 즐기고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여러 취미가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을 위한 것들이다. 골프같은 운동 취미는 스스로 흥미를 느껴 하는 것이고 수집이나 공작의 취미도 개인적인 여가활동 이상을 넘지 못한다.

취미는 전적으로 이기적 영역의 행동이다. 남들을 위해 취미를 갖는 사람은 없다. 이에 비해 요리 취미는 다분히 '이타적'이다.

요리 취미 역시 개인적인 취향에서 출발하지만 조리된 음식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 혼자 먹을 만큼의 음식만 요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다른 사람의 미각을 즐겁게 하겠다는 배려가 전제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되면 이를 '선행'이라고 구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이기주의라면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 이타주의다. 이기주의는 라틴어 '에고(ego)'에 뿌리를 둘 정도로 오래된 용어지만 이타주의는 사회학자 오귀스트 콩트에 의해 19세기에야 만들어진 윤리.철학 개념이다. 뜻으로는 익숙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말이 불과 150여년전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의외다. 이 용어가 근대에 이르러 소개된 것을 보면 이기심이 이타심에 비해 더 보편적인 감정인 것같다.

영국의 저술가 리처드 도킨슨도 "유전자는 그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동물 생태계에서 이뤄지는 이타적 행동도 그 결과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람에게 이타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타인이 겪는 고통과 역경에 대한 공감으로 이타심을 발휘하지만 스스로를 희생해 남의 복리를 도모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고 나의 형편에 앞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본성에 반한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연말이 되면 불우한 이웃들을 도우려는 손길이 이어진다. 본사가 매년 개최하는 '사랑의 바자'에 개인과 단체의 후원이 계속되고 타운내 단체들의 이웃사랑 캠페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박하게 말해 나눔의 마음이지만 결국은 '이타주의'의 실천인 것이다.

올해도 저물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이기심이 만든 다툼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한 강연에서 "현대의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은 전쟁과 파괴 도덕적인 붕괴를 초래했다"며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돕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태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이타주의'다. 거창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요리하는 마음과 같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조리된 음식을 남과 나누는 그런 마음이다. '정성'과 '나눔'은 이타심의 출발이고 자신에게 향했던 사랑을 주변으로 넓히면 우리 사회엔 아름다운 공명이 울린다.

한해의 끝에서 이타심을 떠올리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기적으로 살아온 내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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