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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9·11 테러와 위키리크스

[LA중앙일보] 발행 2010/12/1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12/12 17:26

안유회/문화부 에디터

어샌지의 기밀 폭로는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는 21세기 전쟁
2001년 9월 11일 오전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민항기 2대가 잇따라 충돌한다. 미국의 힘을 상징하던 110층짜리 건물은 얼마 뒤 맥없이 무너진다. 미국 경제의 심장을 공격한 '9.11 테러'다.

2010년 11월 28일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5만 건이 넘는 미국의 외교 전문을 폭로한다. 폭로한 문건의 양도 방대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전세계의 미국 외교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이 공개되면서 미국 외교는 말 그대로 알몸이 된다. '미국 외교를 상대로 한 9.11 테러'라고 부를 만하다. 더구나 위키리크스 사태는 이제 시작이어서 그 파괴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단정할 수 없다.

얼마 전 만난 한 국제정치학 교수는 국가의 적이 국가이던 시대가 지났다는 말을 했다. 국제정치에서 한 국가를 위협하는 세력은 국가였지만 9.11 이후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현상은 있었다. 중남미 등에서 다국적 기업은 한 국가의 정책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군사적인 면에서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한 국가를 위협한 것은 9.11이 처음이었다. 세계 군사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그 어느 국가도 감히 하지 못했던 본토 공격 그것도 뉴욕 공격을 감행한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라는 조직이었다.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폭로는 신념의 차이는 있지만 그 성격에서 9.11 테러를 닮았다. 오사마 빈 라덴은 줄리언 어샌지로 알카에다는 위키리크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어샌지 파문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거나 전쟁을 벌이는 21세기형 분쟁을 뚜렷한 경향으로 만들고 있다.

알카에다가 전세계에서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것처럼 위키리크스도 전세계의 개인들이 모인 조직이다. 어샌지가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와 미국.대만.호주.남아프리의 수학자와 공학자 등 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도 전세계의 개인으로부터 받는다. 이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신뢰성 등을 검증한 뒤 사이트에 올린다. 문건의 출처는 복잡하고 정교한 암호를 사용해 보호한다.

국가에 대한 개인의 공격은 그 파괴력에서 국가 대 국가의 전쟁 못지않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또 국토안보부라는 부서 하나를 신설했고 인신구속 등 일부 민주주의적 가치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알카에다 소속이 아닌 미국인이 미국을 공격하는 자생적 테러까지 경험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선언된 지 9년이 지났는 데도 시민들은 공항에서 알몸투시 검색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국가와의 전쟁에서도 보기 힘든 장기전이다. 전선 없는 전쟁의 어려움이다.

위키리크스의 파괴력도 9.11 못지 않다. 미국 외교는 쑥대밭이 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전세계 정치 지도자에 전화를 걸어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속마음을 다 읽힌 뒤였다. 각국 정부가 위키리크스를 봉쇄하려 하자 어샌지는 전세계 네티즌에게 사이트 복제를 호소했고 순식간에 수백개의 복제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전쟁의 양상과 비슷하다.

이 전쟁은 어디로 확대될지 모른다. 어샌지는 "미국의 거대 은행에 관한 수만 건의 자료를 내년 초에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은행 한 두 곳을 무너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말대로 자료가 공개되면 정부 뿐 아니라 기업까지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1세기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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