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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일상에서 찾는 작은 행복

김완신/논설실장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발표했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경제학과 교수의 최근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나오는 소제목이다.

그는 세탁기의 발명이 가사노동 시간을 크게 줄여 세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사용으로 여성들이 가사노동에서 벗어나면서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고 이로 인해 가족간 역학관계에 변혁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의 발명은 물리적 거리를 더 이상 의미 없게 만들면서 '국경없는 세상'으로 표현되는 통신혁명의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 여가활동의 변화와 함께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특정 소수에서 다수로 확대시킨 것도 인터넷 덕분이다.



그렇다면 세탁기와 인터넷 중 어느 것이 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까. 이 물음에 그는 세탁기의 발명이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말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19세기 후반에 실용화된 전보만큼 혁신적이지 않고 인터넷의 영향도 세탁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변혁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세탁기가 인터넷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회.경제학적 분석과 통계를 인용해 설득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세탁기보다 인터넷이생활에 주는 파장이 더 큰 발명품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최신'의 발명품에 집착하고 '보편화'된 것을 저평가하는 인식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인터넷과 세탁기는 철저히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비교됐다. 두 발명품이 가져온 사회적 파급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두 발명품의 비교에서 세탁기가 저평가 된 이유로 '보편화'를 지적한 것은 경제학적 분석 이상의 함축성을 내포한 느낌이다. 우리의 삶에도 언제나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인지되지 못하고 저평가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환상에는 열광해도 세탁기의 존재를 고마워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살아가는 일에도 세탁기처럼 익숙해지고 평범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 많다. 가족.친지와 나누는 사랑 이웃들과 반갑게 주고 받는 따뜻한 인사 보답없이 베푸는 선행 일할 수 있는 즐거움 건강한 몸에서 느끼는 활기 그리고 무사히 한 해를 보내는 감사 등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물과 공기처럼 언제나 주위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작고 평범한 것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수고한 노동의 대가로 받는 소중한 돈이 로토 대박의 꿈 앞에서 하찮아 보이고 명예의 허상을 좇는 마음은 평온한 일상의 삶을 초라하게 만든다. 인생은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만들어 지는 것이지만 크고 대단한 것만 찾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게서 행복을 얻지 못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말없이 한 곳에 놓여져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들이 많다. 작은 모래 한 알 한 알이 움직여 큰 강의 흐름을 바꾸지만 아무도 모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두가 강 줄기만 바라볼 뿐이다. 작은 것의 존재를 모르면 큰 것도 크게 보지 못한다.

원대한 포부로 시작했던 1년이 작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기고 저물어간다. 항상 곁에 있어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하는 한 해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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