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산타에게 편지 보내는 아이들

김완신/논설실장

'산타 작전(Operation Santa)'.

언뜻 들으면 산타 구출작전처럼 생각되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행사의 이름이다.

유래는 확실하지 않다. 1956년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고 1967년 12명의 젊은이들이 어려운 10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북극 산타에게 편지 보내기'로 더 잘 알려진 '산타 작전'은 아이들이 자신의 원하는 선물을 적어 북극의 산타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우정국은 각지의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를 수거해 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 노스폴(North Pole)로 보낸다. 북극점과는 1500마일 넘게 떨어져 있지만 마을 이름 때문에 그곳에서 편지를 받은 후 답장과 선물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현재 전국의 20여개 우체국들은 아이들의 편지를 받아 자원봉사자들과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선물을 마련해 보내는 '산타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산타에게 편지를 보낸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은 비디오 게임 바비인형 컴퓨터 장난감 운동기구 등 다양하다.

그런데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내용이 바뀌었다고 한다.

USA투데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에는 장난감 선물 대신에 신발 가방 의류 등 생활필수품을 원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부 편지에는 실직한 부모에게 직장을 구해달라는 내용도 적혀있고 전기회사의 단전 통지서까지 동봉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부모가 선물을 살 돈이 없다며 자신은 괜찮지만 동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선물을 보내 달라는 어른스런 요청도 있다.

불경기의 여파는 맑고 순수한 어린이들에게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선물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어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어린이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빈곤국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목록을 홍보하고 있다. 어린이 선물이라면 장난감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이 목록에는 염소 1마리 닭 2마리 우물 파주기 등 생소한 것들이 들어 있다. 바비인형이나 비디오 게임은 목록에 없다.

100달러로 염소 1마리를 선물하면 하루에 16컵의 우유를 만들어 기아의 어린이들을 구할 수 있고 25달러로 닭 2마리를 보내면 영양실조라는 무서운 질병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 우물 파주기 기금이 모이면 수백 만명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게 된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 한순간의 즐거움을 준다면 염소 1마리 닭 2마리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생존을 선사한다.

세계 최고 부자라고 허울좋게 외치는 미국도 '구호 대상'이다. 다섯 가정 중 한 가정의 아이들이 빈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단체의 미국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에는 16달러로 할 수 있는 '농구공 2개 보내기'를 포함해 각종 생필품 후원금과 의료지원금이 목록을 채우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경기침체로 저소득 가정을 위한 정부 보조도 줄어든 상태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미국은 더이상 꿈의 나라도 풍요의 나라도 아닌 것만 같다.

올해 북극의 산타를 찾는 아이들은 크게 늘었지만 선물 기부 후원자 수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만든 불황의 한파가 맑고 밝아야 할 동심마저 우울하게 하는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