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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1세기가 만든 '외계인 신드롬'

안유회 문화부에디터

나사의 새 생명체 발표를 외계인 공개로 예단한건 현실 벗어나고픈 욕망

"우주생물학적인 획기적인 발견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겠다."

지난달 29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발표 하나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인터넷은 물론 기성 언론까지 외계 생명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을 내놓았다.

외계인 공개 임박설이 나올 이유는 충분했다. '우주생물학적'과 '획기적'이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그랬고 "과학관련 언론은 (기자회견이 열리는) 12월 2일 오후 2시까지 세부 내용에 대해 배포를 금지한다"는 NASA의 주문도 그랬다.



1960년대부터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NASA가 뭔가 큰 것을 발표한다니 외계인 공개라고 예단할 만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외계인은 없었다. NASA가 말한 '큰 것'은 독성 물질인 비소를 먹는 새로운 박테리아 발견이었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넓어졌다는 면에서 대단한 발견이라는 해석도 따랐다.

친절한 설명에도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이들은 NASA에 '낚였다'는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독성 물질을 먹고 사는 바이러스라 해도 발견된 곳은 외계가 아닌 지구였다. 한 네티즌은 "NASA가 이제 나노로 가나"고 비아냥 거렸다. 저 넓은 우주로 가지 않고 지구에서도 극미의 세계로 간다는 실망감의 표현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외계인을 보는 시각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가 깔려있다. 외계인은 때로 과학적 사실과 관계없는 심리적 현상이다. 외계인의 이미지가 극한의 악인 혹은 선인으로 묘사되며 극단을 오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과 소련이 무한 군비경쟁을 벌이던 냉전시대에 외계인은 가공할 힘을 지닌 파괴자로 묘사됐다. 외계인은 대기권 밖에서 떨어지는 핵무기의 상징이었다. 파멸적인 핵전쟁에 대한 공포는 외계인을 제압이 불가능한 극한의 살인 병기로 묘사했다.

미.소가 핵무기 감축에 합의하던 80년대 들어 핵전쟁의 공포는 누그러지고 천진하고 귀여운 외계인이 등장하는 'ET'가 나왔다. ET의 크고 맑은 눈은 핵공포가 사라진 시대의 낙관이기도 했다.

외계인은 항상 음모론의 대상이어서 이번 NASA의 발표처럼 'ET'도 곧 있을 외계인 공개를 앞두고 사람들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소문이 돌았다.

올 연말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외계인 공개 소동에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나 설레임이 더 강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다림 같은 것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불투명한 전망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투영이었는 지도 모른다. 이런 심리가 NASA의 과학적 연구 발표에 주관적 색을 칠하고 스스로 실망했던 건 아닐까.

최근에 전세계 곳곳에서 미확인 비행물체(UFO) 목격(또는 목격했다는 보도)이 많았던 것도 이런 심리의 반영으로 보인다. 선과 악을 넘어 외계인은 흔히 지구인을 능가하는 고도의 기술과 문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므로.

2010년이 채 한 주도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해 내내 경제 위기와 싸웠다. 마지막 달에도 한국에선 전면전이라는 파멸적인 말들이 날아다녔고 남가주엔 거센 비가 쏟아졌다. 그래도 묵은 해는 간다. 2011년은 비 갠 날 아침처럼 청명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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