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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통신] '제리 스프링거 쇼' 출연자 피살

TV는 바보상자를 넘어 살인을 유발하는 악마인가. 대표적인 옐로우 TV 토크쇼 ‘제리 스프링거 쇼’의 출연자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토크쇼의 한계가 다시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5월에 녹화돼 지난달 24일에 방영된 ‘정부의 항변’에는 3명이 출연했다. 랄프 패니츠(40)와 랄프의 전부인 낸시 캠벌-패니츠(52), 새부인 엘리노어 패니츠(45).

이들의 출연목적은 달랐다. 낸시는 아직도 사랑에 변함이 없다며 전남편에게 돌아오라고 호소하려는 것이 목적. 랄프와 엘리노어는 귀찮게 따라다니지 말라고 알려주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방송은 낸시에게 치욕적으로 흘러갔다. 전남편과 그의 새부인은 끊임없이 낸시에게 “늙었고 뚱뚱한데 누가 너를 좋아하겠어”라고 으르렁댔다. 사회자인 제리 스프링거는 “전남편은 당신과 함께 할 생각이 없다”고 거들었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진 낸시는 무대 뒤로 도망쳤다. 등 뒤에서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전남편과 새부인은 웃으며 포옹했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랄프는 방송출연 전날밤 낸시와 동침했다고 털어놓으면서 방송에 출연하도록 꼬드기려 그랬을 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모든 것은 전국에 방송됐고 마침 그날은 낸시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수치심도 잠시였다. 낸시는 그날밤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됐다. 이웃은 두 여자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메인주에서 국외로 도망치려던 랄프와 낸시를 체포했다. 경찰은 낸시가 피살됐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지 않았다.

섹스와 치정, 인종차별, 동성연애에 얽힌 온갖 추잡한 3류 스토리를 털어놓는 싸구려 토크쇼는 제리 스프링거 쇼 외에도 ‘리키 레이크 쇼’와 ‘제니 존스 쇼’ 등이 있다. 이들은 경쟁하듯 가십거리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폭로한다. 한 남자나 여자를 놓고 싸우는 이야기는 기본이고 친구의 애인이나 배우자를 빼앗고 형제나 자매끼리 치정에 얽히는 것도 예사다. 흑인을 원숭이라 부르는 KKK단원을 초대하기도 한다. 이런 쇼는 흔히 욕설이 난무하다 몸싸움으로 번진다.

싸구려 토크쇼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 95년. 쇼에 초대된 스캇 에머두어란 남자가 조나선 슈미츠에게 사랑을 고백한 뒤 피살된 것이다. 슈미츠는 남자의 사랑고백을 듣고 수치심과 분노를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미시건주의 배심원들은 제작사의 책임을 물어 에머두어 가족에게 2,5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TV 역사상 제작사가 인터뷰한 인물의 행동에 법적 책임을 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낸시 피살사건은 5년전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선정적인 TV 토크쇼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려 놓았다. 제리 스프링거 쇼는 지난해 시청률이 40%나 추락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이어 2위로 내려 앉았다. 스프링거는 사건이 있기 전 이미 방송내용을 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출연자의 피살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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