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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당 태종과 경청의 리더십

[LA중앙일보] 발행 2010/12/30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12/29 23:40

이종호 논설위원

말하기 보다 잘 듣는것이 리더에겐 훨씬 더 중요
새해엔 더 많이 들었으면


중국 역사에는 무수한 왕조가 명멸했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나라 중의 하나가 당(唐)이다. 이민족의 오랜 혼란기를 수습한 한족 왕조였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전례없는 위업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 당을 일궈낸 주인공이 태종 이세민(599~649)이다. 우리에겐 고구려를 침공했다가 안시성 전투에서 참패한 사람 정도로 기억되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는 청나라 강희제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황제로 쌍벽을 이룬다.

이세민은 형과 아우를 제거하고 황제가 되었다. 그만큼 강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실제 다스림에 있어서는 그 만큼 문치적인 사람도 없었다. 인재를 중용하고 학문을 숭상해 요(堯) .순(舜).우(禹) '3대' 다음 가는 중국 최고의 태평성대를 열었다.

당 태종의 통치술은 '정관정요(貞觀政要)'라는 책에 담겨져 지금까지 전해진다. ① 남 탓을 말라. 나를 상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② 끊임없이 공부하라. 세상의 모든 지혜는 책 속에 있다. ③ 범부의 말이라도 귀담아 들어라.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먼저 경계했다. 그 다음 백성을 두려워하고 주변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말 그대로 '경청의 리더십'이었다.

대제국 로마에도 듣기를 좋아했던 황제가 있었다. 로마 최대의 영토를 구축했던 트리야누스(재위 98~117년)가 그랬다. 당시만 해도 황제는 로마출신이어야만 가능했다. 트라야누스는 그런 불문율을 깨고 속주 출신의 그것도 로마 정통이 아닌 혼혈 혈통을 이어받은 최초의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온유함에 기반한 외유내강 통치로 제국 로마를 문화대국으로 키웠다.

트리야누스는 변방을 평정하고 황제로 추대되어 로마로 귀환할 때 황궁까지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입성했다. 이는 장차 그의 통치가 어떨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황제가 된 뒤 권위와 사치를 멀리하고 겸손으로 정무를 살폈다. 격식을 따지진 않았지만 늘 진지하고 성의있는 태도로 주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오현제 시대 로마의 평화는 이런 경청의 리더십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힘들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듣는 기술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소리를 듣기보다 자신의 생각만 내세우기에 바쁘다. 기업하는 사람도 자신의 이익만 쫓느라 고객의 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다.

당 태종은 교만 사치 독선을 질타하는 신하의 상소에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상으로 격려했다. 트리야누스 황제도 황제의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 듣기에 더 힘썼다.

강한 리더는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와 이성으로 무장된 따뜻한 리더는 보기가 드물다. 독선과 아집 큰 목소리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갈등과 분열을 불러오는 독소일 뿐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창업기나 변혁기엔 강한 리더가 빛을 발한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그런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자꾸 잊는다.

지난 한 해 끊임없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던 한인회를 비롯한 몇몇 협회나 단체들을 생각해 본다. 예외없이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의 리더를 가진 곳이었다. 해가 바뀌면 그때는 좀 달라지려나.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리더라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고금의 진리다. 지혜롭게 듣는 자가 세상을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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