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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들

김완신/논설실장

1년 중 '시간'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한 해를 보내는 연말과 새해를 맞는 요즘일 것같다. 생활에 바빠 쫓기듯 한 해를 살아도 이때가 되면 새삼 시간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벽에 걸린 캘린더에서 9월의 달력을 보는 것과 12월의 마지막 달력을 마주하는 느낌은 다르다. 신년을 알리는 1월의 달력을 펼치면서 여느 달의 캘린더를 넘기듯 덤덤한 사람은 드물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항상 존재하기에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과학적으로 정의하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번 도는 시간이 1년이고 지구가 스스로 한번 회전하는 주기가 하루다. 이를 기준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편의를 위해 1년을 12개월로 하루를 24시간으로 1시간을 60분으로 나눈 것이 바로 시간이다. 지구와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기후 차이가 생길 뿐 1년중 특정 시기에 상관없이 시간의 길이나 물리적 속성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그러나 새해를 맞을 때 주관적인 시간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 해의 첫날 하루는 평범한 날의 하루와 24시간이라는 길이는 같아도 이를 대하는 감정의 깊이는 차이가 있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의 개념을 두가지로 구분했다. 객관적인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와 주관적인 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로 나누었다. 크로노스가 단순히 흘러가는 물리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특별한 계획과 뜻이 담긴 시간을 말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도 단지 1년을 구성하는 시간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숫자적인 시간 '크로노스'이지만 이 때에 신년 계획 등 주체적인 행동과 연결되면 이는 '카이로스'의 영역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결심을 한다. 이런 결심 중에는 성취가 가능한 것도 있고 작심삼일처럼 시도에 그치는 것들도 많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새해 최대 결심은 금연과 살빼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금연과 살빼기가 새해 결심으로 매년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새해 결심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로 '현재'를 생각하지 않고 '미래'만을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의 생활은 시간에 끌려가는 '크로노스'로 살아가면서 미래에 '카이로스'의 시간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면 결심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출간했던 현각스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불교)경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순간경'이라고 답했다.

커피향을 맡는 순간 재즈를 듣는 순간 걷고 이야기 하고 시장에 가는 모든 순간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나누는 모든 순간들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현각스님이 말한 '순간경'의 깊은 뜻은 알 수 없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으라는 뜻으로 새기고 싶다.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과거를 생각하지 말라 미래를 생각하지 말라 현재에 살라'는 말을 했다. 현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가르침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 간다면 막연한 미래를 앞서 결심할 필요도 없고 지금을 의미있게 보낸다면 후회할 과거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갖고 한 해를 시작한다. 시간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뜻없이 흘러간 세월이 될 수도 있고 가치 있는 결과를 맺기도 한다.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은 다시 찾아온다. 올해의 끝에서 지난 1년이 365일이라는 무심한 '숫자'가 아닌 크고 작은 결실과 추억이 담긴 '시간'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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