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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회의 프리즘] '실패한 목회자'의 용기

[LA중앙일보] 발행 2011/01/10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1/08 00:05

삼성장로교회의 성전 포기
속도와 물량의 이 시대에 '생각의 전환' 화두 던져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김수영의 시 '절망'의 한 구절처럼 세상은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질주의 시대였다. 밀란 쿤데라의 '느림'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세상은 옆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에게 말도 걸지 않고 흘러가는 풍경에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속도 그 자체가 목표인듯 추월에 몰두하는 질주하는 자동차의 운전자였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의 세상 풍경은 대체로 그러했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낡은 것으로 여겨졌거나 한때 잊혔던 가치들을 생각하게 된다. 속도 만큼 여유도 성장 만큼 내실도 양 만큼 질도 생각하게 된다.

삼성장로교회가 교회 건물을 포기했다. 신원규 담임목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성전 건축만 했다. 내가 욕심을 부렸다"며 스스로를 '실패한 목회자'라고 불렀다. 건물을 내려놓은 그는 대신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교인의 영혼"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삼성장로교회는 결의했다. "앞으로 건물 매입이나 확장을 하지 않고 매월 렌트비를 5000 달러 이상 쓰지 않으며 교인 200명이 추가될 때마다 교회를 독립시켜 재정적 후원을 맡는다."

이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용기있는 결단과 자기고백이라 하고 다른 이는 그저 실패담일 뿐이라고 말한다. 누구는 특정 교회의 단발적 일이라고 보고 누구는 한 교회의 일만은 아니라고 회의한다.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이번 일에서는 어쩐지 질주의 시대 성장의 시대 차고 넘치는 물량의 시대가 그 정점을 찍고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는 어떤 징후같은 느낌이 든다. 질주의 시대에 질주한 것을 탓할 수 없고 성장의 시대에 성장을 쌓은 것을 잘못이라 못박을 수 없다. 다만 가치와 방향이 바뀌기 시작하는 변곡점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기 시작하는.

이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가자 클릭수는 순식간에 2000건을 넘었다. 댓글도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반응에는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 같은 극적인 요소도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교계를 넘어 현재 어느 자리에 있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시사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기사에 쏠린 관심은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꼭 교회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외형을 키우고 성장에 집착한 것은 삼성장로교회만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부동산 거품의 파열을 목격했고 아직 거품을 벗어났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차고 넘치는 물량의 시대를 산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의 상황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거나 그 때까지 버티자는 생각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것. 이것이 분야에 상관없이 삼성장로교회가 던진 질문이다.

최근 어느 자리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경제 이야기가 나오자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 되더라도 예전 같은 높은 성장은 없을 것같다.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고 사업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 교회의 결정에서 주목할 것은 좋았던 옛날의 기억과 습관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가능성 자체가 낮아진다. 특히 과거가 찬란할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삼성장로교회의 선택을 보면서 우리도 그들처럼 변곡점에 서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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