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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108년전을 기억하면 답이 나온다

김석하/사회부 부국장

1902년 12월22일. 살을 에는 차가운 날씨속에 인천항 부두에는 122명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서 있었다.

임오군란(1882년)·갑신정변(1894년) 등 사회적 혼란속에 일본의 수탈로 혹독한 굶주림이 계속되는 시기였다. 항구도시 여기저기에는 이민 모집 벽보가 붙었다. '하와이는 기후가 온화해 극심한 더위와 추위가 없고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일년내내 어떤 절기든지 직업을 얻기가 용이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 가자. 춥고 배고프고 어수선한 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

배에 올라 망망대해로 향했다. 20여일간 거칠고 높은 파도를 넘자 뭍이 보였다. 그들의 희망처럼 그 곳은 따뜻했고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대한민국 최초 공식 이민단(102명)은 그렇게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1903년 1월13일.

이 날을 기념하는 날이 미주 한인의 날(korean-American Day)이다. 2004년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정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주 한인의 날을 제정했다. 다음 해에는 연방의회가 만장일치로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소수민족을 기념하는 날이 연방의회 및 주의회를 통해 제정된 것은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주는 미주 한인의 날 주간이다. 각종 기념 및 축하행사는 하와이에 내려 사탕수수 밭에서 반노예 생활을 하며 새로운 역사를 개척한 선조들의 노고에 대한 묵념이다.

눈을 감고 생각하노라면 한민족은 위대하다. 불과 한 세기만에 밑바닥에서 어떻게 지금의 위상을 갖게됐는지 감탄스럽다.

미 전역 곳곳에서 한인 정치인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몇 개는 살 만한 ‘큰 손’ 한인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LA윌셔가 고층건물을 점령하고 있다. 뉴욕 맨하튼 32번가 상권을 꽉 쥐고 있다. 한국의 음식이 미국인을 입맛을 감동시키면서 동네 식당에서 한식을 먹는 미국인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태권도가 공립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채택됐다. 우리의 음악에 맞춰 어색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신나해 하는 미국인이 주말 한인타운 노래방에 가득하다. 우리의 술인 소주와 막걸리를 먹고 행복에 취한다.

3~4세대를 겪으면서 한국의 정신과 문화는 미국에 무수히 많은 실핏줄을 뻗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 차례 칭찬할 정도인 한국인의 교육열은 이민자 그룹이 가장 성취하기 어렵다는 두마리 토끼도 잡았다. 정체성과 현지화. 우리의 후세들은 모국을 잊지 않고, 또 현지화에도 성공했다. 모국인 대한민국이 잘 됐고, 우리 이민사회가 잘 됐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대한제국은 못 먹고 못 사는 불쌍한 국민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이민이 아니라 국민을 내팽개쳤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대한민국은 이민가는 국민을 배신자로 간주했다. 남북이 불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저만 살자고 나라를 버리는 비애국적 그룹으로 매도했다.
그래도 요즘은 변했다. 아니 변할려고 하는 모습이다. 재외한인에게 투표권을 돌려주고, 그 재외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정부기관(동포청)을 만들려고 하고, 국적도 소극적이나마 미국과 한국 둘 다 주려고 한다. 문제는 제대로 못하고 이런저런 제한과 제약을 두며, 재외한인들에게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한인 이민자 사회는 한 세기만에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그 옛날 대한제국과 3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이여, 1903년 1월13일을 기억하라. 그 속에 재외동포 정책의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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