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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워싱턴 정가는 OK목장이 아니다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주말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가브리엘 기퍼즈를 겨냥한 무차별 총격으로 6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 해 역사상 최악의 반이민법 제정으로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애리조나주가 또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미국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 주다. 목축업이 발달해 아직도 카우보이의 전통이 이어지고 대부분 보호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인디언의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견지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연방의원 선출에서도 공화당이 강세를 보인다. 또한 지난 1912년으로 미국 본토에서는 가장 늦게 연방에 편입해 반연방주의 성향도 강하다.



투산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또 다시 총기허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총격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제러드 리 러프너가 사건 이전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음에도 총기를 소유하도록 허용한 애리조나의 느슨한 총기법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21세 이상일 경우 특별한 허가없이도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법안을 최근에 통과시키기도 했다.

총격사건이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총기소유가 비교적 자유로운 애리조나주의 총기법을 지적할 수도 있다. 총기가 엄격히 제한됐다면 공공장소에서 별다는 제재없이 총을 난사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총이 있어 총을 쐈다'는 단순한 도식보다는 공화와 민주 보수와 진보 진영의 골깊은 갈등에서 찾아야 할 것같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총격으로 중상을 당한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은 의료보험개혁법이 통과된 후 수십 번의 협박을 받았다. 지난 해 애리조나주에서 반이민법이 발의됐을 때 이를 거부해 반이민 정서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다만 총기소유에는 찬성해 다른 민주당 의원과 의견을 달리했었다.

이번 총격사건을 두고 민주.진보와 공화.보수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진보진영은 용의자 제러드 리 러프너를 '극우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세라 페일린을 비롯한 '우파의 독설'을 비난하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은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미친 짓'이라며 정치적 파장을 축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견제와 보완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상호 대립적인 개념이었던 보수와 진보가 최근에는 적대관계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지난해 극우를 표방한 '티파티'의 출범과 이에 맞서 결성된 '원 네이션'의 대립은 보혁의 갈등을 민간차원까지 확대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총격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서 '미국이 하나로 뭉치고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반목과 질시를 넘어서 공존의 길을 찾자는 외침이다. 투산 총격사건을 계기로 정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올해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도권이 바뀐 연방의회의 보수와 진보는 첨예한 대립 속에 소리없는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1881년 10월26일 미국령이었던 애리조나주 툼스톤에서 'OK목장의 결투'가 벌어졌다. 서부영화에도 많이 등장하는 이 사건은 보안관과 무법자의 결투였다. 보안관은 선을 대표하고 무법자는 악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선악 구도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는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협력과 견제의 두 축이다.

총을 내리자. 워싱턴 정가는 OK목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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