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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이재용 사장이 역사를 전공한 까닭은

[LA중앙일보] 발행 2011/01/1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1/12 18:29

이종호/논설 위원

인안 이해폭 넓혀주는 인문학, 미래에 통찰력도 키워줘…푸대접 현실 개선 되기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이다. 한국 최대 재벌가의 외아들이 경영학이나 법학같은 인기 전공을 제쳐두고 굳이 역사를 택한 데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선 경영이론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폭넓게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양을 쌓는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은 유학 가서 배우면 좋겠다."

할아버지 말대로 이재용 사장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미국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과연 그가 역사 공부를 통해 얼마나 인간을 더 이해하게 됐는지 삼성의 첨단 제품 속에 인문학의 향기를 앞으로 얼마나 더 배어나게 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오래전부터 삼성가에서 후계자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재벌 총수 아들이 역사를 전공하고 CEO들을 중심으로 전에 없이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그 위상은 여전히 바닥이다. 당장 역사교육부터 말이 아니다.

과거 고등학교의 필수과목이던 국사는 1990년대 이래 선택과목으로 그 위상이 내려앉았다. 그 마저도 올해부터는 더 내려앉아 아예 고교 3년간 국사를 한 줄도 배우지 않고도 졸업이 가능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미래형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 전 교과목이 선택 과목이 된 까닭이다.

역사가 홀대받기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업에서의 불이익 때문에 보통학생이 역사를 전공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 됐다. 연구자의 저변 또한 넓지 못해 높아진 국가 위상을 역사 연구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민주화 이후 정권마다 역사를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반대였다. 일각에선 역사를 이념 투쟁의 도구로만 여긴 좌우 세력의 대립이 역사를 홀대받게 만든 주범이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열매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가치있는 것이라도 관심을 갖지 않는 한국 사회 특유의 조급증에 역사 푸대접의 근본 원인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학문제 하나 잘 푸는 것과 세계 전체를 꿰뚫는 역사인식 능력 중에 어떤 것이 더 큰 경쟁력일까. 백번 이런 질문을 반복해도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대답이 정답인 현실에서는 어떤 대책으로도 얼어붙은 역사를 녹일 수 없다는 말이다.

방법은 역사를 대하는 생각을 바꾸는 것밖에는 없다. 역사는 당장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사람 질리게 만드는 기계적 암기가 역사 공부의 전부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당면 문제 혹은 다가올 미래의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문(文).사(史).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까닭 또한 그 속에 삶을 해석하는 통찰의 힘이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기성세대가 먼저 자각할 때만이 죽어가는 역사교육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모닥불과 같다. 해외에 나와서도 한인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동일한 역사 DNA를 물려받은 역사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새해벽두 한국에선 국사 홀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함께 다시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수렁에 빠진 한국의 역사교육이 하루 빨리 제자리를 잡아가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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