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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유대인 그들은 누구인가

유대인이 과연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을까. 결코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예상을 깨고 유대계 상원의원인 조셉 리버맨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4년이나 8년후 한계단만 오르면 지구촌을 호령하는 자리를 유대계가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리버맨이 부통령후보로 지명되자 유대계 커뮤니티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반유대인 감정이 말끔히 청산됐다고 환호를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와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권력의 최상부에 진출해 오히려 미국인들의 반유대 감정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싫든, 좋든 유대계는 이제 11월 선거에서 미국인들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기면 수천년이나 계속돼 오고 있는 ‘디아스포라’에 종지부를 찍는 게 아닌가.
미국속의 유대인, 그들은 누구인가. 이번 민주당의 부통령 지명을 계기로 유대계 커뮤니티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해 본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 유대인들은 앵글로-색슨계 백인들과는 이웃하며 살았다. 숫자도 워낙 적었을 뿐더러 더욱 흥미로운 점은 유대교를 기독교의 뿌리로 여겼다는 것이다.

아마 신앙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자신들 마냥 박해를 받은 유대인들에게서 진한 형제애를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록에는 1600년대 중반 뉴욕에 처음으로 유대계 집단 부락이 있었던 것으로 나와있다. 독립전쟁 당시 유대계 인구는 2만5,000명. 대부분 조지 워싱턴의 혁명군에 들어가 독립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유대계는 그러나 ‘돈’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독립후 연방정부가 구성됐지만 예산이 있을리 없었다. 텅빈 정부의 금고를 채운게 바로 유대인들이었다. 특히 헤임 살로몬이란 유대계 금융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자신의 재산을 몽땅 정부에 희사한 것이다.

워싱턴도 나중에 유대인 형제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술회할 정도였다. 유대인들의 지원으로 미국은 건국의 기틀을 잡아 영국의 재침략 기도를 막아낼 수 있었다. 이 대가로 유대인들은 백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남북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유대인들은 북부군에 자금을 댔다. 링컨이 지원을 호소하자 선뜻 이에 응한 것이다.

1900년대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권 후보자들은 저마다 유대계 커뮤니티에 손을 벌렸다. 정치자금 뿐만 아니라 유대계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 이들을 위한 갖가지 선거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아마 이중언어로 캠페인을 벌인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히브리어로 된 포스터를 대량 제작, 유대계 커뮤니티에 뿌린 것이다.

유대계의 본격 이민

본격적으로 이민이 시작된 것은 1800년대 말부터다. 유럽에서 경제불황이 몰아 닥치자 유대인을 희생제물로 삼은 것이다. 금융계를 주름잡고 있었던 유대인들이 주요 표적이 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반유대인 폭동이 일어난게 시작이었다. 그동안 유대인들에 관용을 베풀었던 러시아와 폴랜드까지 이에 합세해 유대인 학살극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히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이 이민을 부추겼다. 역대 러시아의 황제들은 유대인들을 감쌌다. 황실의 내탕금을 유대인들이 댔기 때문이다. 혁명이 일어나자 집단학살의 타깃이 된 것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엔 유대인 집단 테러 장면이 나올 정도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에서 갑작스레 유대인들이 몰려오자 미국인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었다. 무려 300만명의 유대인들이 동부쪽에 자리잡고 집단거주를 한 것이다.

‘앤티-세미티즘’(Anti-Semitism), 곧 반 셈족, 반 유대인 운동은 이때부터 생겨난 것이다. KKK단의 테러는 물론 각급 공립학교와 대학, 직장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조직적인 차별행위가 자행되기 시작했다.

반 유대인 켐페인

1953년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스파이 사건은 지금도 유대인들이 잊지 못하는 뼈아픈 과거다. 줄리어스 로젠버그 부부가 옛 소련에 원자탄 제조비밀을 넘겨줬다는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 진 것이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심증만으로 사형평결을 받은 것이다. 부부가 함께 처형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전세계 지식인들로 부터 거센 반발을 샀으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감형요구를 거부, 이들 부부는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대계는 자기방어 수단으로 흑인 커뮤니티와 손을 잡는다. 60년대초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민권운동이 일어나자 자금을 댄 것이다.

미국의 민권법은 어찌보면 흑인을 행동대원으로 내세운 유대인들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게 아닌가 싶다.
흑인 커뮤니티의 최대 단체인 ‘유색인종 협의회’(NAACP)에도 유대인들은 깊숙이 개입했다. 돈 뿐만 아니라 유대계 변호사들이 법률 자문을 해 성장한 단체다. 심지어 NAACP 회장에 유대인이 취임한 적도 있었다.

누가 유대인인가

모계쪽을 위주로 하는게 유대인들의 율법이다. 가령 아버지가 한인이고 어머니가 유대 여성이라면 2세들을 유대계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흑인이라도 유대교로 개종하면 이들도 기술적으로는 유대인이 된다. 몇해전 수단에서 내란과 기근으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이 개입한 적이 있었다. 수단에 유대교 신자들이 많아 이들을 한 형제로 보고 구출작전을 편 것이다.

단일민족, 단일인종이란 개념이 약한게 유대인들의 특성이다.
대체로 유대인들은 중부 또는 동유럽 출신의 ‘아쉬케나짐’과 스페인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 출신의 ‘세파르딤’계로 분류된다. 유대계 미국인들은 대부분 ‘아쉬케나짐’계에 속한다. 두 그룹은 신앙만 같을 뿐 종교의식과 문화, 심지어 언어도 다르다.

전세계의 유대인은 약 2,000만명. 이중 미국에 600만명, 이스라엘과 러시아에 각각 300만명이 살고 있다.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우선 정계쪽으로는 연방상원에 11명이 있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바버러 박서와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모두 유대계다. 대법원 판사 9명중 2명이 유대계이며, 내각에는 장관 두명, 백악관의 실세인 샌디 버거 안보담당보좌관도 유대계다.

1950년이후 지금까지 유대계 미국인으로 노벨상을 받은 학자는 무려 5명. 언론·연예계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를 비롯해 ABC-TV의 유명 여성 앵커 바버러 월터스, 가수 바버러 스트라이샌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있다. 세계적인 작곡가겸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도 유대인이다.

프로 스포츠에선 LA 다저스의 4번타자 션 그린, 역시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 샌디 쿠팩스도 유대계다.

재계쪽엔 더욱 쟁쟁해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Levi) 창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를 비롯해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일군 스티브 볼머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미니상식

▲ 랍비(rabbi): 영어발음으로는 ‘래바이.’ 원래 뜻은 ‘나의 주인’ 또는 ‘나의 선생’(my master)이다. 예수 탄생무렵 생겨난 성직계급이다.

종교의식의 집행에서 부터 자녀 교육과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게 바로 랍비다.
랍비가 되려면 신학대학을 나와야 한다. 미국엔 3개 신학교가 있는데 전통파, 보수파, 개혁파 유대교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르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거의 모두 보수파 아니면 개혁파 신자들이다. 종교의식도 느슨하고 개방적이어서 타인종과의 혼인에도 관대하다.

반면 소수계인 정통파(orthodox)는 옛 전통을 그대로 따르는 철저한 원리주의자. 이번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리버맨이 이 정통파에 속한다.

▲ 게토(ghetto): 지금은 흑인이나 소수계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빈민촌을 말하지만 원래는 이태리의 유대인 집단부락을 게토라고 불렀다. 이태리말로 대장간이란 뜻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대부분 농기구 제작이나 금은 세공으로 생계를 꾸려 이같은 말이 나왔다.

▲ 디아스포라(diaspora): 그리스어로 ‘흩어져 산다’는 뜻. 기원전 600년 무렵 바빌로니아가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유대인들을 포로로 끌고 간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 때부터 유대인들은 나라없이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흩어져 살게 돼 이들의 공동체를 ‘디아스포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디아스포라’는 배타적이고 또 선민의식이 강해 오히려 반유대인 폭동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박용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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