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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은 무죄, 손가락은 유죄'

안유회/ 문화부 에디터

한국에 갔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얼마전 미국에 갔었는데 다니다 보니 의문이 들더라. 미국 집들은 왜 담장이 그렇게 낮으냐? 침입자를 막는 용도가 아니라 경계표시 정도더라. 정문이 있는 앞마당은 아예 담이 없더라."

미국 집들의 담이 낮은 것은 총기 소유가 합법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혹시라도 집주인이 총을 갖고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공포는 담보다 더 높게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 집을 잘못 찾아 들어갔다 집주인의 총에 사망한 일본인 유학생의 예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LA폭동 직후 총을 산 한인은 이런 말을 했다. 집에 총이 있으니 한편으론 안심이 되지만 한편으론 아이들 손이 닿을까 걱정이 돼 옷장 가장 높은 곳에 숨겨놨는데 그래도 불안해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총이 제자리에 있나 확인하게 된다고. 그러면서 갱단의 신고식 가운데 빈집털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총을 소유할 수 있는 나라에서 빈집털이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범죄라고.

새해 들어 총격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의 정치행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더니 18일에는 가디나 고등학교에서 재학생이 총기를 갖고 등교했다 사고로 발사돼 학생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범인의 정신이상설과 예방시스템 오작동 주장이다. 여기에 총기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시끄럽다. 이번에도 투산 총격 사건의 범인인 제러드 리 러프너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발표가 곧바로 나왔다. 속옷차림으로 총을 들고 있는 있는 사진과 학교를 촬영하며 횡설수설했다는 것이 이상증세로 제시됐다.

동시에 예방시스템 오작동이 제기된 것은 물론이다. 투산 총격을 놓고는 위협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적발하는 정신건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디나 고교 총격 사건에는 금속탐지가 형식적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총기 사건 이후 제기되는 문제점 3종세트 가운데 총기 규제론은 오히려 이전에 비해 격론까지 가지도 않았다. 금세 사그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총기 소유 자체에 대한 논쟁보다는 지엽적인 방법론을 거론하는 선으로 논쟁의 범위가 좁아지는 듯하다. 예컨대 탄창에 넣을 수 있는 실탄을 10발 이내로 줄여한다는 등의 소소한 주장 뿐이다. 이마저도 실제로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현실은 총기규제는 커녕 무장론으로 가고 있다. 투산 사건 발생 뒤 애리조나주에서 총기구입이 60% 증가했고 연방의원들 사이에 신변보호용 총기 소지가 늘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포린 폴리시'는 지난 11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2007년 '스몰암스 서베이(Small Arms Survey)'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인 100명당 약 90정의 총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결론은 총기가 많은 나라라고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스위스가 인구 100명당 45.7정의 총기가 있지만 총기관련 사고율이 너무 낮아 관련 통계를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저격당해도 총기를 규제하지 못했다. 그럼 남은 것은 총기 사건은 발생하고 곧 잊혀지고 또 발생하는 것 뿐인가.

결국 총은 잘못이 없고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에 잘못이 있다는 주장이다. 총은 무죄 손가락은 유죄다. 결국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을 가져야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공포의 균형이 득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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