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성인 주의산만증과 가정폭력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인생이 이렇게 편하고 즐거운 것인 줄을 처음 알았어요!" 39세의 남성 환자가 두번 째 방문 때 꺼낸 첫 말이다.

그는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을 했는데 예전 버릇을 못고치고 다시 아내를 폭행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직업은 경찰관이다. 그러니 자신의 분노 조절에 다시금 실패했다가는 아내는 물론 직장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기가 힘들었고 공부 시간에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머리는 나쁘지 않은데 매일 숙제할 것을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완성된 후에 선생님에게 갖다내지 못해서 성적도 나빴다. 이로 미루어 그는 주의산만 및 행동항진증세(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가 있었던 듯 했다.

어른이 되어 부산스러운 행동항진증세는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말이 많고 집중력이 떨어져 남의 얘기를 흘려버리는 수가 많았다. 서류 정리가 부실해서 직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 번 시작한 일을 제 때에 끝내지를 못했다. 게다가 중요한 물건이나 일거리를 깜빡깜빡 놓쳐버려서 상관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과거력을 들어보니 전형적인 성인 주의산만증인듯 하군요. 혹시 아버지나 다른 친척들 중에도 비슷한 문제를 가진 분이 있었나요?"

"아버지도 저처럼 화를 잘내고 여러 번 직장을 옮겼어요. 술도 많이 드시고…."

주의산만증이라는 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많은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울화나 열등감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가 쉽다. 성인 주의산만증 환자의 이혼율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두 배가 높고 직장 이직률도 평균보다 43%나 높다. 게다가 이들은 심한 담배 알코올 중독은 물론 마약에 빠질 위험도 크다.

많은 사람들이 주의산만증은 어린이에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아이들중 약 5~7% 일본 아이들의 7~9% 그리고 중국인의 약 9%에서 주의 산만증이 진단된다는 보고가 있다. 아직 보고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인 경우 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 본다.

주의산만증 어린이들 중에서 약 50%가 어른이 될 때까지 이같은 증세게 지속된다고 한다. 어른의 주의산만증 진단은 본인의 과거력 회상이 가장 정확하다. 치료는 현재로는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고 상담과 환경의 변화도 필요할 수 있다.

나는 환자에게 콘서타(Concerta)라는 각성제를 처방했었다. 약효가 약 12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면 되고 학교나 직장에서의 주의집중 뿐 아니라 집에 와서도 감정 절이나 일을 조리있게 해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오늘 그 환자가 외친 '인생예찬'은 바로 약물 사용 후의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약물의 효과로 전두엽의 기능을 강화시켜서 올바른 판단을 돕고 원초적 감정들을 억제시킬 수 있었으니 인생이 편하고 즐거울 수 밖에.

"약물을 통해서 감정조절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계속 부부 상담은 받으시고 직장에서는 좋은 멘토를 역할모델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머리를 끄덕이는 남편을 올려다 보는 아내의 눈에 감격의 눈물이 맺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