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음악산책] 대학합창단의 오감만족

왜 음악은 사람들을 감동시킬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처 저널의 편집인을 역임한 필립 볼은 최근 이와 관련된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사실 연주행위라는 것은 줄을 뜯거나, 말총으로 줄을 긁거나 아니면 관에 바람을 불어넣어 파동을 만드는 물리적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인 행위가 사람들에게 숨 막히는 감동의 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비밀스러운 공식은 무엇일까?

독일의 작곡가 힌데미트는 ‘기대’가 미학의 중심요소라고 주장했다. 즉, 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음악이 흘러가면 결국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음악은 한없이 단순하고 예측이 가능한 형식으로 진화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필립볼은 미국의 작곡가이자 음악학자인 레오나르드 마이어의 주장을 언급하였다. 마이어의 생각은 이렇다. 너무 단순하거나 혹은 너무 복잡한 음악은 청중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해서 호감이 갈 수 있는 음악 작곡의 비결은 예측성(predictability)과 예외성(surprise)을 적당히 배합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이것이 타당한 것 같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악구 속에서 안정감과 친숙함을 느끼지만, 적당한 변화와 변이가 수반되어야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어린 아이시절에 많이 듣는 동요에서는 반복이 많이 나타나는데 반하여, 음악적 내공이 깊어질수록 기대예측이 어려워지는 엔트로피상의 증가가 나타난다.



나아가,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창의성이 증가한다는 이론적 배경도 마이어의 주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는 음악에 녹아있는 예측성과 예외성의 공존이, 반복과 그 과정 속에서 의 변이가 핵심인 과학기술의 진보와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보다 쉽게 에디슨이 이야기하는 노력과 영감이, 좋은 음악의 형식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위튼에 소재한 지구촌 교회에서는 한국에서 방문한 대학합창단의 공연이 열렸다. 개인적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는데, 앞서 언급한 이론을 적용해보니 그 이유가 설명되는 것 같다.

1966년 이래 45년간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최훈차 지휘자는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청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동의 코드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필자는 그러한 감동의 코드를 ‘공감각적 연주’라고 명명하고 싶다. 일반적인 음악회는 보통 인간의 청감을 자극하는데 반하여, 이번 공연은 적어도 인간의 오감 중에 세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연주회에 섰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저 음정 안 틀리고 아름답게 부르면 청중들이 청감을 통해 감동을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합창단의 공연에서는 준프로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악보를 외우고 청명한 하모니를 만들어 청중들의 청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시각과 촉각도 자극했다. 일례로 프로그램 사이의 짧은 시간동안에, 한복을 포함해서 세 가지 다른 복장을 착용하여 청중들의 시각을 즐겁게 해주었다. 또한 그동안 많이 들어 식상하다는 선입관을 가졌던 갑돌이와 갑순이, 보리타작소리 옹헤야에서 독창적인 편곡을 통한 청각적 즐거움을 증가시킨 것뿐만 아니라 웃음을 자아내는 액션을 통한 시각적 즐거움도 첨가하여, 예측성 못지않은 예외성을 증가시켜 청중석을 흥미의 도가니로 만든 것이다.

또한 앙코르 곡을 부르면서는, 직접 청중들에게 다가가서 한사람 한사람 손을 잡음으로 해서 그들의 따뜻한 향기가 더 가까이 다가왔는데, 이를 통해 촉각과 후각(?)이 즐거워진 것이다. 참, 연주회가 끝나고 이어진 다과회에서 정성되이 마련된 음식을 먹었으니 미각까지 즐거워진 ‘오감만족’의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김종우 음악 칼럼니스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