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정권의 세습욕이 문제다

나는 요즘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30년 독재항의 ‘민중집회’를 뉴스 미디어를 통해서 목격하면서 1989년에 일어났던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세스크 대통령 32년 독재항의 ‘민중집회’를 연상했다. 나는 그와 부인 엘라나가 1989년 12월 22일 대통령궁 베란다에 나와 “독재자 차우세스크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군중을 향해 군대에게 발포명령을 내리는 장면을 TV 생중계를 통해 목격했다. 군대가 차우세스크 부부의 명령을 거역하자 그들은 헬기로 탈출, 그러나 곧 체포되어 군법회의에 회부되었고 1989년 크리스마스 날에 사형언도를 받고 같은 날 집행을 당했다. 차우세스크는 1965년 집권하여 32년 동안 공산철통정치를 하면서 국가 경제와 인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면 모든 국력을 소비했다.

무바라크는 1981년 당시 사다트대통령이 암살당하자 부통령직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4선을 통해 30년간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한 그는 국민의 기본인권과 경제에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철통독재정치를 펼쳐왔다. 관광사업 수입과 미국으로부터 매년 1억 달러가 넘는 원조를 받아왔지만 실업률은 30%를 넘고 있다. 이집트는 아랍국가 가운데 미국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그런데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왜 차우세스크나 무바라크가 그토록 장기집권에 집착했느냐는 것이다.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정권의 세습욕인 것 같다. 차우세스크는 아들 니쿠를 후계자로 결정하고 정권계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는 9월에 4선을 마감하는 82세의 노령 무바라크도 아들 가말(48)에게 대통령자리를 물려주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민봉기사태로 무바라크의 세습계획에 차질을 가져 올 것이 분명해 졌다.

그러고 보면 45년간 장기집권을 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세상을 떠날 때 당시 56세 된 아들 김정일에게 정권세습을 준비시켜 결국 2년 후 1998년 대통령급에 속하는 국방위원장 자리에 이르게 한 북한식 세습제도는 왕정의 경우를 빼고는 정권세습 역사상 찾아 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운 편이다.



그러면 체우세스크나 무바라크에게는 2대 세습도 불가능한데 북한에서는 2대 세습이 성공(?)리에 마무리 졌으며 3대를 준비할 수 있는가? 체우세스크가 가장 존경하며 부러워했던 독재자는 김일성이었다. 특히 김일성이 수억 달러를 들여 평양에 ‘김일성 주석궁’을 지면서 나라경제를 휘청거리게 했음에도 불구, 인민들로부터 ‘민족의 태양’으로 추앙받는 김일성의 지도력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체우세스크도 궁을 짓기로 결심, 5년 동안 6억 달러를 들여 수도 부카레슈티에 ‘체우세스크궁’을 지었다. 이 궁은 단일 건물로 세계에서 펜타곤 다음으로 큰 건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우세스크는 궁을 완공한지 1년 만에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소련의 몰락으로 동구세계가 무너지면서 루마니아에도 시민혁명의 바람이 몰아쳤다. 루마니아 시민은 체우세스크를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민혁명의 바람이 북한에까지는 불어오지 못했다. 투니시아에서 불어 온 시민혁명의 바람이 이집트로 불어왔다. 이집트는 지금 국가의 장래를 판가름하는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다. 이 바람은 다른 아랍세계에로 번질 것이다. 이 소식이 머지않아 북한에도 전해지리라. 내가 김정은의 3대 세습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북한이 글로벌 세계로부터 봉쇄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벽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66년 동안 김일성-김정일 부자 독재에 의해 통치되어 오고 있는 북한에 하루속히 루마니아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광풍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Johnhugh2@hotmail.com

허종욱 한동대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