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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먹고 살기' 위한 시민혁명

안유회/특집부 에디터

2011년 들어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시민혁명의 불길이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튀니지의 독재 정권이 무너진 이후 불길은 이집트로 예멘으로 번지고 있다.

거센 불길은 이집트의 철권 통치자 무바라크 대통령의 통치 기반을 거의 태운 것처럼 보인다. 이젠 어떻게 물러나느냐의 퇴진 방식만 남은 것같다. 불길은 예멘 국경도 넘었다. 한 번 불붙은 에너지는 그 힘을 다 소진하기 전에 꺼지지 않는다.

이럴 때 일반적으로 진화에 사용하는 방법은 맞불이다. 에너지가 자연 소진되기 전에 또 다른 에너지를 충돌시켜 힘을 빼는 것이다. 산불을 끌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친정부 세력이 충돌을 유도한 것은 전형적인 맞불 작전이다.

하지만 이 지역 시민혁명의 불길은 맞불을 놓기엔 너무 거세 보인다. 퇴진했거나 퇴진 압박에 몰린 집권자의 통치기간을 보면 그 뜨거움을 짐작할 수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의 통치 기간은 23년. 무라바크 이집트 대통령은 32년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23년째다. 중동 지역의 집권자들이 전전긍긍할 만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20년 30년 집권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지역에서 지금 왜 갑자기 민주화 욕망이 일시에 터져나오는가? 더구나 지금은 '경제의 시대' 아닌가.

표면적으로 독재타도나 민주화 요구로 보이는 이슬람권의 봉기에는 경제적 요인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행상을 하던 대학 졸업자가 경찰의 단속에 항의해 분신하면서 촉발됐다. 시위의 불꽃은 정치적 자유가 아니라 경제 문제였다. 한 실업자 청년의 죽음에 그렇게 많은 국민이 분노한 것은 경제문제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는지 보여준다.

이집트의 경우도 많은 국민들이 하루 2달러로 생활하고 있고 최근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국민이 겪는 경제 생활도 이집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르단의 5개 도시에서 생필품 가격 상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사미르 리파이 총리 사퇴 구호로 이어지고 알제리의 청년 시위대가 구직난과 식량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데서 보듯 최근 이슬람권의 시민혁명은 정치적 자유의 문제만은 아니다.

바레인의 알 칼리파 국왕이 식량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식량 보조금과 사회보장비 증액을 지시한 것은 사태의 본질을 반증한다. 실제로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쌀과 밀 등 식량수입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이슬람권의 민주화 불길이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우디의 국민소득은 1만6641달러 쿠웨이트는 3만2530달러다. 국민소득 2537달러의 이집트나 4159달러의 튀니지와는 적어도 경제적 토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동의 부자나라들까지 최근 식량 수입을 크게 늘린 걸 보면 지금은 확실히 '경제의 시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집트 국민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무바라크를 압박했다. 외교적 완곡어법을 고려하면 즉각 퇴진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집트의 시민혁명은 성공할 것이다. 무바라크는 어떤 형식으로든 쫓겨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바라크는 가도 먹고 사는 문제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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