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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웃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석하/사회부장·부국장

지난 일요일은 가장 미국적인 날이었다.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수퍼보울이 열렸다. 미국 전역이 하루종일 들썩거렸다. 게다가 이날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했다.

'미국적'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정신이 포함돼 있다. 황무지를 개척하는 '프론티어 정신'과 언제 어떤 위기의 상황이 닥쳐도 여유를 갖는 '유머 정신'이다. 할리우드 영화 특히 서부영화는 이 두 가지 코드를 버무린 것이 대부분이다.

서부영화의 현대판이 풋볼이다. 땅을 조금씩 따먹어가는 '개척경기'다. 각종 룰과 작전을 알게 되면 서부영화 총싸움 못지않게 숨막힌다.

같은 날 미국은 레이건 추모 열기로 뒤덮였다. 레이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재치있는 유머와 소년같은 환한 미소다. 재임중 소련과 군비확충 경쟁 등 각종 난제에 직면했고 심지어 저격도 당했지만 그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웃음이다. 커리커처 대부분도 웃고 있다.



두 개의 일화. 1981년 저격을 당했을 때 간호사가 지혈을 하기 위해 레이건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우리 낸시(영부인)에게 허락을 받았나?" "네 이미 낸시 여사님께 하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부인 낸시 여사가 나타나자 "여보 나 총알 피하는 걸 깜빡 잊었어."

수술이 시작되기 전 주치의가 "미스터 프레지턴트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의사들을 둘러보며) 여러분은 모두 공화당원이겠지요?" "최소한 오늘 만큼은 전부 공화당원입니다." (급박한 순간에서 간호사나 의사들의 재치도 1등급이다.) 국민은 안심했고 미국은 끄떡없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렸다.

1984년 재선에 도전한 레이건은 73세였다. 경쟁자인 먼데일 민주당 후보가 TV토론에서 슬쩍 고령을 건드렸다.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먼데일도 결국 함께 웃었다.

대통령은 웃기 힘든 자리다. 하는 일이 복잡다단하고 책임감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퍼보울 경기에 앞서 폭스뉴스와 특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그런 위치임을 확인해 줬다. 그는 "쉬운 문제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해결해 놨다"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눈앞에 놓인 문제들이 다른 누구도 해결할 수 없었던 난제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장 어깨가 무거운 미국 대통령에게 유머는 전통이 됐다. 멀리 링컨부터 레이건 클린턴 부시 등은 격랑의 시기에서 제대로 웃긴 지도자다. 유머는 '제대로 웃기는 것'이다. 반드시 주변 환경과 상대방 시점 화제 분위기 등을 꿰차야 한다. 사실 리더라면 이 모든 요소를 알고(read)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잘 웃길 줄 알아야 한다. 역으로 제대로 못 웃긴다면 국가든 조직이든 이같은 중요한 요소를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식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나를 따르라는 프론티어 정신만이 중요한 줄 안다. 아니다. 숨을 터주고 꽉 조인 압박감을 때론 풀어줘야 팔로워(follower)들은 의욕이 솟고 힘이 난다.

리더들은 '웃기는 짜장'이 돼야 한다.(짜장은 순우리말 부사로 '과연 정말로'라는 뜻) 그러려면 적당한 선에서 망가질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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