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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공중도덕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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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발행 2011/02/09 미주판 18면 입력 2011/02/08 19:59

‘Clean up after your dog.’ 미국의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러한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개를 끌고 나온 개 주인들에게 개똥을 치우고 가라는 메시지이다.

나는 7년 전에 플로리다의 어느 동물 보호소 (Animal Shelter)에서 개를 한 마리 데려왔는데 지금도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버려진 개 한 마리를 입양하여 사는 동안 우리 가족들은 그 개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 남의 나라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와 아이들이나 버려진 개나 서로에게 의지처가 필요했으리라. 엄마가 집을 비운 동안 텅 빈 집에 돌아온 아이들을 미칠 듯이 반겨주는 우리 개는 하늘이 보내준 천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를 키울 때 불편한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 및 예방접종도 실시해야 하고, 목욕도 자주 시켜야 한다. 개를 데리고 여행을 할 때는 호텔에서 개의 입실을 허용하는지 ‘Pet Allowed’ 표시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부가적인 요금을 요구하는 호텔도 많다. 셋집을 얻을 때도 역시 개를 데리고 입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세들어 사는 아파트에서도 개가 있다는 이유로 렌트비를 50달러씩 매달 꼬박꼬박 더 내고 있다.

이런 금전적인 것 외에도 매일 거르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시켜서 용변을 밖에서 해결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 개인주택에 살 때에는 뒷마당이 넓어서 개가 알아서 해결했는데, 지금은 3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므로 아침저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박이 쏟아지거나 개를 끌고 나가야만 한다.

개를 끌고 산책하다가 난감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내가 깜박 잊고 개똥 치울 비닐봉지를 안 들고 나갔는데 개가 실례를 할 때, 또는 봉지를 하나만 갖고 나갔는데 그날따라 개가 두 번씩이나 일을 볼 때 여분의 봉지가 없는 것이다. 이럴 때 개 주인들은 어떻게 할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주위를 살피고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 없음을 확인하고, 마음 속으로 ‘저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외친 후, 36계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우리 아파트 단지 몇 군데에 개똥처리용 쓰레기통과 봉지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니까 설령 봉지를 깜박 잊고 산책을 나갔어도, 근처에 있는 개똥처리 시설로 달려가 문제 해결을 하면 된다. 그럴 때는 여분의 봉지도 한두 장 뽑아가지고 개 줄에 묶어 만약의 사태에 미리 대비를 한다.

개똥 쓰레기통과 봉지는 개를 키우는 아파트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개똥 치우는 일이 번거롭지 않고 가뿐한 일이 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개똥을 치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간단한 편의시설을 볼 때면 나는 사회적인 장치들이 사람의 행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미국에 와 처음 놀란 것이, 미국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일에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어디에 가나 줄을 잘 서게끔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낮은 울타리나 줄을 쳐서 줄을 서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에 익숙해지고 줄서기에 익숙해지면, 사람은 그 장치가 없어도 습관대로 줄을 서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미국 사람들이 유독 공중 도덕의식이 높은 선진 문명권의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줄을 잘 서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장치들 속에서 습관 형성이 된 것 뿐이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평가할 때, 사람만 평가하면 우리는 큰 그림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사회가 사람에게 제대로 된 장치를 제공했는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입춘도 지났고, 이제 꽃피는 봄이 멀지 않다. 날이 풀리면 사람들과 애완동물들의 산책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개를 끌고 나가실 땐 비닐봉지를 두 장쯤 개 끈에 묶어가지고 나가시는 것을 잊지 마시길. 일단 습관 형성이 되면 이런 일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상쾌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은미 미드웨스트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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