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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소통의 눈높이를 맞춰라

이종호/논설위원

어떤 사람이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속으로 생각한 노래를 연주한다 치자.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 곡을 알아맞힐 수 있을까? 연주자는 듣는 사람들의 50% 이상이 쉽게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곡을 맞힌 사람은 극소수인 2.5% 뿐이었다.

스탠포드대학 엘리자베스 뉴튼 교수가 행했던 '두드리는 자와 듣는 자'라는 유명한 실험 결과다. 이 실험의 핵심은 '착각의 소통'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지를 일깨워 준데 있다.

자신은 상대에게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공감과 교감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만 야당과 국민은 늘 딴 방향이다. 사장은 틈만 나면 비전을 선포하고 고객감동을 주문하지만 직원들에겐 언제나 건조한 메아리일 뿐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그 때마다 아이는 "알았다"고 대답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모두가 착각의 소통인 것이다.

삼국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동탁에게 쫓겨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여백사의 집으로 숨어든 조조. 그런 조조를 대접하기 위해 여백사는 술을 받으러 나가고 하인들은 음식을 준비한다. 그러나 숨어있던 조조는 쓱싹쓱싹 칼 가는 소리와 "그냥 잡을까 묶어놓고 잡을까" 고민하는 하인들의 말을 듣고 자기를 죽이겠다는 것으로 생각해 하인 8명을 모조리 죽이고 만다. 나중에 돼지가 밧줄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실수를 깨달은 조조는 황급히 그곳을 떠나지만 술을 받으러 갔던 여백사를 도중에 만난다. 조조는 여백사가 관아에 밀고를 하고 오는 것으로 오해해 결국 그마저도 죽인다.



이 이야기는 조조의 인간됨을 보여주기 위한 대목이지만 소통부재와 착각이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화이기도 하다.

소통의 단절은 결국 화를 부른다. 새해 벽두부터 거세게 불어 닥친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도 수십 년 독재가 만들어낸 착각의 소통이 원인이었다. 날마다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끔찍한 사건들도 예외없이 대화의 통로가 막혀있었다는데 뿌리가 있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긴 불황에 문을 닫는 업소가 줄을 잇지만 알고 보면 고객의 마음에 다가가지 못해서일 것이다. 툭하면 싸우고 분열하는 단체나 기관들도 리더의 일방통행 소통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나. 먼저 리더가 '마음의 시력'을 회복해야 한다. 마음의 시력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다. 배려다. 마음의 시력이 약한 사람은 결코 남을 포용할 수 없다. 우선 나부터 마음의 눈을 닫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스스로 지위가 높다거나 돈이 많거나 지식이 많은 소위 잘난 축에 끼인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래야 한다.

마음의 눈이 닫히면 다른 사람의 눈높이를 알지 못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 너는 왜 저렇게 알아듣느냐는 원망과 질책을 달고 산다. 소통이 이루어 질 리 없다. 이를 두고 뉴튼 교수는 '지식의 저주'라 불렀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방해가 된다는 의미다.

모든 리더는 소통의 달인이기를 꿈꾼다. 그렇다면 나와 남이 다를 수 있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상대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 참된 리더십은 그런 데서 출발한다.

정말이지 올해는 사장님 회장님 스님 목사님 장로님 등 한인사회 모든 리더들의 눈길이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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