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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눈물 흘리지 않는 상주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지난 해 겨울에 접어들면서부터 설이 지난 최근까지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필요했던 마음의 여행이었던 것 같다.

15년 전 한인 2세들이 차별받지 않고 엘리트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돕자며 함께 일을 했던 친지가 지난 11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52세였다. 이어서 친지의 부친 친구 남편의 죽음 소식도 들었다.

직접 상관은 없었지만 내가 조금은 도와 주어야 했던 유학생의 사고사 한국에 계신 시아버님의 소천도 으슬으슬 추운 날씨처럼 비 맞고 땅에 떨어져 발에 짓밟힌 축축히 젖은 낙엽처럼 떨쳐지지 않고 뇌리에 되살아나곤 한다.

죽음은 삶과 함께 언제나 의사들의 주위를 맴돌지만 '사람들이 왜 겨울에 더 많이 죽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조사 통계에 의하면 1970년부터 1999년까지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만 겨울에 조금 더 많았을 뿐 다른 것은 계절적인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람들의 자살률은 계절적 차이가 있어 4월이 제일 높았고 가을이 다음으로 높았다고 한다. 한편 살인은 계절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내가 최근 두어 달 동안 관찰한 미국과 한국의 장례문화는 무척 달랐다. 이곳에서는 좀 차이는 있어도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존경을 표한다. 한국은 돌아가신 분이 유명 인사가 아닌 한 아무개의 부친 모친 빙부 빙모상으로 알리고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미국에서는 종교가 없는 사람은 장의사에서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그에 맞게 교회 성당 절에서 장례 예식을 지낸 후 장지로 가는데 이 장례행렬을 경찰이 선두에서 리드해 주고 아무리 복잡한 고속도로라 해도 모든 차들은 장례행렬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길을 비켜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장지로 가는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간다.

한국은 대학병원에 영안실이 있고 이에 관련된 장례 비즈니스가 잘 조직화되어 있었다. 영안실에는 고인의 시신은 없고 온통 꽃 바다를 이룬 벽에 영정사진이 대신 붙어 있을 뿐이다. 거실과 부엌이 따로 붙어 있고 문상객 접대하기 쉽게 종업원들이 배치되어 있어 조문객이 오면 해장국 또는 차를 대접한다.

양국 장례식의 공통점이 있다면 조의를 표시하는 의미에서 꽃을 보내거나 조의금을 보내는 것이었다. 또 남은 가족과 친지들의 슬픔일 것이다. 아니면 더 불거지는 무관심과 증오 유족들의 불화가 공통점일 수도 있겠다.

고인이 되신지 오래 된 어머니께서 친구분의 장례식에 다녀오며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눈물 한 방울 떨구는 아들이 하나도 없더구나.' 단순히 울지 않았다는 말씀이 아니었다. 영원한 모친과의 이별이 아들들의 가슴에 흔들림을 주지 못했던 모습이 엄마를 슬프게 하였다는 뜻이었다.

사실 우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진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슬퍼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 또한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장례식이나 고별식에서 우는 사람을 보고 흉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땅을 떠날 때 울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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