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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세시봉' 열풍이 말해 주는 것들

[LA중앙일보] 발행 2011/02/2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2/20 19:18

안유회 특집부장·부국장

중장년 문화 갈증 반영한 일시적 유행일 가능성 높아
'종의 다양성' 뒷받침 돼야


송창식과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어느 날 불쑥 TV 토크쇼에 나온 이들 '세시봉 가수들'의 인기는 제2의 전성기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TV 토크쇼는 설날을 맞아 2탄이 나왔고 곧 바로 전국 투어로 이어졌으니 섣불리 그렇게 부를 만하다.

이들의 불쑥 인기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세시봉 열풍'을 놓고 한국 가요계의 대세가 된지 오래인 걸그룹 음악에 대한 반작용이라거나 아날로그 음악의 재발견 포크송의 귀환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토크쇼를 기획한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보내온 격려 댓글에 당황해 하고 있다고도 하고 다른 방송사들은 침묵하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음악과 예능을 알게 되었다고도 한다.

한국 가요계가 걸그룹으로 대표되는 10대 음악에 쏠려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장년층이 볼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다는 비판도 오래된 이야기다.

한 마디로 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다. 종이 다양한 숲이 건강하듯 문화도 마찬가지다. '세시봉 열풍'에 대한 분석은 종의 다양성이 없는 가요계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깔고 있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포크 음악도 포크 음악의 대표적 가수들마저 외면당해야 했던 '가요계의 쏠림'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사람들은 자연계의 종을 다양하게 유지하기 위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나 동물을 법으로 보호한다. 산업에서는 독과점을 금지하는 법으로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럼 문화는?

문화에서도 정부나 비영리단체 기업들의 기금이 다양성을 지키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숲은 비가 내리고 햇빛이 쏟아져야 다양한 생물이 나고 자란다. 문화의 숲은 즐기고 소비하는 향유자가 있어야 푸르다. '세시봉 가수들'이 망각 속에 방치된 것은 이들을 출연시키기 않은 TV나 이들의 음반을 내지 않은 음반사의 잘못만은 아니다.

얼마전 한국에서 온 한 선배를 만났다. 이 선배는 문화 이야기를 하다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서 문화가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과외 때문이다. 한국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부모들을 아이들 교육에서 풀어줘야 한다."

한국의 많은 중장년들은 아이들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자녀 교육 이외의 활동에는 많은 돈을 쓰지 못한다. 아이들 교육비에 너무 많은 돈을 쓰다보니 문화 활동은 먼 옛날 이야기가 된다.

책을 사고 영화나 연극을 보고 콘서트에 가던 이들도 애를 낳는 순간 가장 먼저 줄이는 것 중의 하나가 문화비용이다. 그러니 40~50대의 문화 소비층은 엷어질 수 밖에 없다.

요즘은 20대도 층이 약해져서 10대만 남는다. 그러니 가요계가 10대를 우선하는 건 당연하다. 지갑을 여는 중장년층이 없는데 포크 음악을 누가 내놓을까? 몇만 관객이 들지만 작품성이 높은 영화나 수준 높은 책 이런 것이 나오기 힘들다. 대박만 있고 중박이나 소박이 자꾸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년들이 느낄 문화적 갈증이 어떠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세시봉 가수들'에 쏟아지는 관심은 그 갈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숲의 기후가 바뀌지 않는 한 '세시봉 열풍'은 갈증을 확인하는 지나가는 소나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세시봉 친구들' 1.2편을 보며 든 생각이다. 교육비가 1순위인 것은 여기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데. 비에 젖은 문화의 숲을 거닌지가 언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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