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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민주화 계기로 본 북한] 북 인민이 일으키는 민주화 혁명은 먼 얘기

중동민주화 바람 북한영향미치나

‘키파야(충분하다는 뜻의 아랍어), 무바라크.’

이집트에서 30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호스니 무바라크가 지난 11일 전격 사임했다. 이집트 국민의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지 18일 만이다. 또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의 불길은 단숨에 사막을 넘어 리비아, 바레인, 예맨 등지로 번지고 있다.

중동지역에 번지고 있는 민주화 열기가 북한까지 몰아칠 수 있을까. '키파야(충분하다)'를 외치며 아들에게 정권을 물려주려 했던 무바라크를 몰아낸 시민들의 힘을 3대세습을 통해 60년 이상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미국의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이집트와 같은 민주화시위가 일어나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에는 정권에 반대하는 조직화된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고 이집트 민주화운동의 촉매역할을 한 소셜 미디어의 구축도 되어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폐쇄국가 북한의 통치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세습권력에 불만을 가진 집권층의 권력다툼에 의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 한-미 양국이 공조를 통해 북한 정권 붕괴에 대비해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동에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을 계기로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USC한국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강 박사,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오버홀트 박사,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로부터 북한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들어 본다. 인터뷰는 17일 이메일을 통해 각자에게 공통된 질문을 보내고 답을 받는 것으로 진행됐다.

- 북한은 이집트와 같이 장기독재 식량난 권력세습 등의 문제가 있다. 북한에서도 이집트와 같은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의한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 있을까.

강: 북한에서 일반 대중들의 민주화시위를 통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집트 튀니지 한국(1987년)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밑에서 위로의 저항은 조직화된 지도층 또는 종교집단이 있었다.

이집트에서도 무슬림 형제단이라는 구심점이 있었지만 북한에서는 저항세력의 구심점이 될 만한 조직이나 지도자를 찾을 수 없다. 모바일 기기나 소셜 네트워크가 이집트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권에 대항하는 정치조직이다. 북한에서는 아직 집권세력에 맞서는 조직을 찾기 힘들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아래에서 위로의 혁명 보다는 권력다툼에 따른 정권교체 가능성이 더 크다. 예를 들면 엘리트 그룹간 권력투쟁 같은 것이다. 결국 정권교체가 일어난다면 김정일 또는 김정은에 환멸을 느낀 엘리트 그룹에 의해서일 것이다.


세습 정권에 맞설 조직화 된 구심점 없어
대중 시위 어렵고 소셜미디어 별무 영향


오버홀트: 북한 주민들은 너무 억압된 상태라 정권을 상대로 조직화된 저항을 하기 매우 어렵다. 이집트에선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된 상태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현재 상황에선 북한에서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저항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이집트 국민은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상황에 있었다.

북한은 군부가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보다는 집권층의 권력다툼에 의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집권층의 권력다툼이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베넷: 북한과 이집트 모두 정권이 불안해 지고 통제력이 약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집트보다는 더 강력한 통제력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셀룰러폰이나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용이했다. 시위대를 조직하기가 쉬웠다는 뜻이다. 또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를 막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도 이집트처럼 모바일이나 소셜미디어가 영향을 주겠지만 한국의 라디오 방송이나 방송 DVD가 지금은 더 큰 영향력이 있다. 북한이 붕괴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는 건강이 안 좋아 보이는 김정일이 내일 당장 죽거나 김정은이 큰 실수를 저질러 세습정권이 올해 안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정권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일반 대중에 의한 민주화 운동으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위협은 집권층에 있다. 김정일은 30년간 견제세력을 숙청하고 지지세력을 다져왔지만 1994년과 1995년에 몇 차례 암살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김정일 위협 세력은 대중 아닌 집권층 내부

-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60년 넘게 정권을 장기집권할 수 있는 이유들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같으면 이미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것 같은데.

강: 3대 세습체재가 가능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정권은 억제와 폭력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북한에는 정치범이 약 2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친 정권 세력에는 식량 교육 등의 자원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일반 주민들에게는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의식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억압 회유 선전의 결합이 장기집권의 요인들이다.

오버홀트: 북한은 주민들을 외부와 차단한 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다. 또 군부가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군부와 당의 결속력도 상대적으로 강하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베넷: 현재 상황이 다른 외부보다 열악하다고 판단될 때 국가의 불안은 증폭된다. 이집트나 북한은 모두 정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이런 불안이 증폭되는 것을 막았다. 북한은 또 철저한 세뇌작업을 펼쳤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함께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천국이라고 강조해왔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미국과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전에는 문제점이 있다.

비록 소수의 엘리트 층에 국한되더라도 밖에서 진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진실을 믿지 않지만 점점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다. 체제를 불신하게 되면 지도층의 불법행위가 만연하게 된다. 북한은 여러 감시기구를 둬서 서로를 감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감시원들이 공공연하게 뇌물을 주고 받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북한의 통제 시스템이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장기 세습 불만 품은 권력층 다툼이 변수
한·미 사전 공조 통해 북한 붕괴 대비해야


-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주변국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강: 주변국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어떻게 북한이 무너지느냐에 달려있다. 구 소련이나 동독처럼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주변국들이 북한 붕괴에 대처하는 것이 좀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내부 혼란이나 투쟁이 벌어질 경우 상황은 다르다. USC한국학연구소는 조지타운대의 빅터 차 교수와 함께 북한 붕괴 후에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예상하고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예를 들면, 정권이 어떤 식으로 붕괴되건 공중의료나 난민 등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버홀트: 북한이 붕괴된다면 미국, 중국, 한국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과 러시아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먼저 중국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의 통일은 불가능하다. 또 북한 붕괴로 인한 국제분쟁을 피하는 길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북한 붕괴시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 미국과 솔직한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또 한미간 공조도 요구된다. 다행히 한미간 공조는 잘되고 있다.

베넷: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중국이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것 같다. 중국은 북한 국경에 군사를 배치할 것이다. 탈북자들의 중국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또 중국은 북한에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러한 행동들에 대해 UN의 승인을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꼭두각시 정권을 세운다 하더라도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극동문제까지 크게 신경을 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도 UN에서 북한의 안정을 찾기 위한 해결책을 구하려 할 것이다.

한국은 물론 통일을 원할 것이다. 또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정권 붕괴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앙을 막으려 할 것이다. 미국은 군사력 부문 등에서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일본도 참여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군사나 재정적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 중동사태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미국이 현재 북한에 취하고 있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cence) 정책이 가까운 시일 내 바뀔 가능성이 있나.

강: 중동사태로 인해 한반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북한 주민들은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북한 정권도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다.미국은 지금의 대북정책에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일정부분 양보할 때까지 북한과 협상과 들어가는 것을 보류한다는 정책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장기적으로는 대화를 원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북한이 어떻게 하는 지를 두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오버홀트: 워싱턴은 중동문제와 북한문제를 연계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동의 소요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북한의 나쁜 행위에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성질 부리는 두 살 아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미국은 북한을 두 살 아기 다루듯 해야 한다.

한 편으로는 아기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목적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기가 우는 이유를 해결해 줘야 한다. 배가 고플 수도 있고 졸릴 수도 있다. 두 살 아기처럼 현재 북한은 매우 배가 고프고 겁을 먹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넷: 미국은 현재 대북정책에 만족해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미국을 '전략적 침묵'이라는 태도로 이끈다. 미국은 더 낳은 해법들을 찾고 있다. 새로운 대북 해법을 발견하는 순간 미국은 그것을 빨리 행동에 옮길 것이다.

- 일부에선 미국 정보당국이 이집트 사태를 초반에 잘못 판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강: 미국의 첩보기관은 북한에 관해 매우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국정원이 북한에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외부기관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버홀트: 중국을 포함에 어떤 다른 나라도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접촉이 늘어나면서 북한에 대한 외부인들의 정보가 예전보다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르지 못한 정보고 정권교체가 언제 일어날 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국제상황, 국내 정치 환경이 모두 악화되고 있어 북한체제가 근본적인 변화를 향하고 있다는 정도는 안다.

베넷: 북한 외부의 누구도 북한의 리더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기정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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