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 '아이쉬 혁명'과 민주화 열망
김완신/논설실장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은 식량부족에서 출발했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은 독재자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고 중동과 북아시아 지역에서 민주화 혁명의 불씨를 당겼다.
중국의 경우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중국 역사상 최초로 절대빈곤에서 탈출하기는 했지만 서구화의 영향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생존권을 찾기 위해 시작된 중동과 아프리카의 시민혁명이 전세계적인 민주화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굶주림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지구촌 65억 인구 중에서 어린이 3억명을 포함해 8억명이 기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첨단 과학문명을 이룩한 인류가 아직까지도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식량부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는 바이러스나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지구상에서 산출되는 식량으로 65억 인구가 먹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식량문제 전문가들은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세계 인구 전체에게 하루 3500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것이라고 한다. 성인에게 필요한 열량이 하루 평균 1500~2000칼로리라 한다면 이론상 지구상에 굶주림과 기아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생명들이 먹지 못해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프란시스 무어 라페는 세계 식량문제 전문가들과 공저한 '세계의 기아: 12가지의 신화'에서 식량과 관련된 12가지의 잘못된 견해들을 지적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라페는 현재 전세계의 식량 생산량은 충분하다면서 식량과 농경지의 부족 인구과잉 자연재해 등이 결코 양식부족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풍요 속에서 기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민주주의의 부족'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정부 지도자가 통치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의 영향을 받게 되는 피지배자들에 대한 책임과 배려가 없으면 기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공공자원 분배가 민주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기아가 생긴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들의 빈곤을 외면하는 독재권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잘 살 수 없다. 기아와 빈곤은 정치적으로는 권력자의 독재와 탐욕이 가져온 국가적인 실책이다. 그러나 집권자의 관점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치부될 수 있는 절대빈곤은 국민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문제가 된다.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를 나라의 꽃 이름을 따서 '재스민 혁명'이라고 하는데 이집트에서는 이번 시위를 '아이쉬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아이쉬는 통밀을 구어낸 빵으로 이집트인들의 주식이다. 이집트에서 아이쉬는 식량 이전에 통치자와 국민들이 맺은 계약의 일종이다. 집권자는 권력을 갖는 대신 국민들에게 빵을 공급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이집트 사태도 이 계약이 파괴되면서 발생했다.
아이쉬는 아랍어로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민주화라는 열망보다 더 절실했던 '생명'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그들이기에 지금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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