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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무릎 꿇은 장로 대통령

김석하/사회부장

'대통령의 무릎'이 논란이다. 그 무릎이 국민의 것이라는 측과 하나님의 것이라는 측이 맞붙었다. 지난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사회를 맡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길자연 목사가 갑자기 행사 말미에 통성기도를 제안해 단하에 있던 모든 참석자가 무릎을 꿇었다. 단상에 있던 이 대통령은 당황스러워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 대통령은 장로다. 그런 그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 것이 '하나님의 무릎' 측 이야기다. 반면 대통령은 한 나라를 상징하는 데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은 대한민국이 특정 종교에 무릎을 꿇은 것과 같다는 것이 '국민의 무릎' 측 이야기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항복.굴복한다는 의미다. 또 복종하겠다는 뜻도 된다. 이는 전세계 문명에서 공통적이다. 일단 무릎을 꿇으면 키가 반토막 난다. 상대 앞에 나는 절반도 안 되는 존재일 뿐이라는 상징이다. 또 무릎을 꿇게 되면 움직일 수 없다. 상대에게 나는 움직이지 못하니 어떠한 처분을 내려도 좋다는 의미가 된다. 원시 종교 뿐만 아니라 고등종교에서도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이유다.

무릎을 꿇은 대통령의 모습은 일반 국민에게 '현실에서 충분히(그가 장로라서) 있을 수 있는 일(real)이면서도 무언가 초현실(surreal)적'으로 비쳤다. 대통령은 종교가 다른 국민들도 대표하고 무엇보다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행사 당시 모두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만 의자에 앉아있기도 '뻘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근 기독교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었는데 그것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쿠크법'이 있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수쿠크를 발행한 회사가 소유 부동산을 투자자에게 넘긴 뒤 이자 대신 임차료를 지급하다가 만기가 되면 부동산을 되돌려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는 부동산 매매에 세금을 매기지 말자는 게 수쿠크법이다. 쉽게 말해 명목상으로만 왔다갔다하는 부동산에 과세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법안이다.

수쿠크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중동지역 원전 공사 수주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원전 수주는 수 백억 달러가 오가는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사업이다. 중동 측으로서는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 장기저리의 자금조달을 요구하는데 한국은 자금도 부족하고 금리도 비싼 편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국가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으면 한국 기업들이 원전이나 대형 프로젝트를 수출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에서는 수쿠크법을 통과되면 현 정부에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슬람에 대한 특혜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 자금이 이슬람 포교의 수단이 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무릎 사태는 이처럼 정치.경제.종교.대통령 의전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릎과 관련된 숙어에는 무릎을 마주대다와 무릎을 치다 등이 있다. 이 대통령은 대립하고 갈등하는 종교와 단체가 무릎을 마주대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그 대화 속에서 무릎을 치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기독교계는 무릎까지 꿇으며 기도하는 '장로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위해 부탁하는 것을 너무 야멸차게 몰아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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