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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캐나다 '20년뒤면 미국과 통합' 거론돼

철조망없는 국경선이 무려 5,000 마일 넘게 뻗어있는 나라. 바로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지도에만 국경이 표시되어 있을 뿐 한 나라나 다름없는 곳이다.

한때는 미국이 무력으로 합병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20년후면 총한방 안쏘고 캐나다를 완전 오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부문에서 미국화가 이뤄져 캐나다는 이름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땅덩이로 따지면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다. 그러나 도시가 들어선 곳은 국경에서 북쪽으로 200 마일까지다. 나머지는 동토의 땅이다. 캐나다는 원래 인디언 말로 ‘부락’ 또는 ‘커뮤니티’라는 뜻이다. 백년설로 덮혀있는 곳이 많아 원주민들이 부락을 강조한게 아닌가 싶다.

캐나다는 스포츠와 군사, 그리고 경제분야에선 이미 미국화가 되어있다. 캐나다의 지도층 인사들조차 20년후면 정치적으로도 미국과 하나가 돼 캐나다의 정체성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미국의 51번째 주나 다름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무비자 협정이 맺어져 있는 점을 이용, 한국인들이 캐나다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무더기로 체포돼 말썽을 빚기도 하는 곳이다.
멕시코와는 또다른 이웃이 캐나다다. 미국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두 나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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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캐나다의 엘리트 2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학총장과 기업총수, 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새 밀레니엄을 맞아 캐나다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인 것이다. 주제는 자연스레 하나로 집약됐다. 20년후에도 캐나다는 과연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51번째 주나 다름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모아졌다.

결론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캐나다의 유명 경제학자가 명쾌하게 정리했다. “캐나다의 죽음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캐나다는 이미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는 뜻이 아닌가.

경제와 문화, 사회, 심지어 정치적으로도 캐나다는 전 분야에서 급속도로 미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년동안 줄곧 캐나다의 민족주의를 주창해온 ‘캐나다인들의 모임’도 얼마전 두손을 들었다. 캐나다의 독창성 유지를 위한 싸움은 이제 끝났다며 미국화를 인정한 것이다. 회원 10만명을 두고 있는 이 단체가 미국화는 거스릴 수없는 대세라고 선언하자 캐나다의 엘리트들은 3월 모임에서 이 시점을 20년후로 잡은 것이다.

미국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캐나다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멕시코와는 달리 백인계가 다수이고 언어도 프랑스계를 제외하면 영어가 공용어다. 여기에 건국의 역사와 문화가 비슷하다보니 이질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다.

영어를 쓰는 캐나다인들은 대부분 미국인과 거의 같은 생활을 한다. 미국 책을 읽고, 프로 스포츠를 보고, 또 할리웃이 만든 영화와 TV 쇼를 본다. 국적만 다를 뿐이지 미국인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뿐인가. 20년후면 캐나다 달러가 사라지고 대신 미국의 ‘그린백’(greenback) 달러가 유통된다는 것이다. 한때는 미국돈과 가치가 비슷했지만 이젠 달러당 67센트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그린백’이 캐나다의 공식 통화로 등장한다는게 경제학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프로 스포츠의 미국화

캐나다의 미국화는 스포츠에서 부터 시작됐다. 메이저리그가 몬트리얼(엑스포스)과 토론토(블루 제이스)에 까지 구단을 확장한데 이어 프로농구(NBA)도 밴쿠버(그리즐리스)와 토론토(랩터스)에 팀을 두고 있다. 스포츠에서 먼저 국경을 깨뜨린 것이다.

프로 하키(NHL)는 원래 캐나다가 종주국이다. 캐나다가 미국으로 수출한 케이스다. 프로풋볼(NFL)만 들어가면 스포츠에 관한 한 캐나다는 미국과 한나라가 되는 것이다.
캐나다의 스포츠 영웅은 미국에서도 수퍼스타다. NHL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가 대표적인 경우다. 원래는 캐나다 출신이지만 미국 팀에서 활약해 그를 캐나다인으로 아는 팬들은 드물다. 스포츠에선 이미 미국화가 끝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연예계도 상황은 다를게 없다. 셀린 디온이란 대형가수가 나왔지만 대부분 그를 미국인으로 여길 정도다. 지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자 팬들이 디온을 미국인으로 믿게 된 것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미국가수를 제치고 디온을 선정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기업

한때 토론토 증시는 뉴욕의 월스트릿으로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캐나다의 대표기업 300개가 상장돼 있는 곳이 토론토 증시였다. 지금은 어떤가. 거의 모두 뉴욕증시로 떠나버렸다. 토론토를 외면한 것이다.

일반 투자가들도 월스트릿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바람에 캐나다인 소유 기업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몽땅 미국인들이 지배하게 됐다. 미국의 식민경제나 다름없는게 캐나다의 현실이다.
미국화를 더욱 가속화 시킨 건 두뇌유출. 미국에 영주하는 캐나다인들은 한해 평균 무려 2만5,000명. 이중 상당수는 명문대학 출신의 고급 두뇌들이다.


미국화의 템포

최근 한 경제전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자신을 미국인이나 다름없다고 답했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3분의 1이 두 나라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 10년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화의 템포가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응답자의 과반수는 캐나다의 독립성 유지를 희망하면서도 미국화의 길은 대세라는 점을 인정했다. 캐나다의 실체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조사결과였다.
심지어 미 의회에 캐나다 대표를 파견하자는 질문에 60%가 찬성할 정도다.

무엇이 캐나다를 미국화의 길로 내몰았을까. 학자들은 영웅의 부재를 꼽는다. 캐나다에는 기억할만한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지도자나 학자, 심지어 미국 마냥 인디언 원주민에 대한 잔학행위도 없어 과거가 밋밋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캐나다인들은 미국의 영웅을 자신의 역할모델로 삼는다. 싫든 좋든 미국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 대통합

두나라는 현재 사회 대통합을 이끌어 내려는 작업을 막후에서 펼치고 있다. 이민정책과 관세, 사법제도는 물론 국가안보까지 하나로 묶어 국경을 활짝 오픈한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을 단일 생활권으로 개방해 거주이전의 자유를 허용한다는게 기본 구상. 이 작업이 끝나면 사실상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군사 부문에서는 하나가 된지 오래다. 지난 50년대 중반 창설된 북미 방공사령부의 부사령관직은 캐나다 몫이다. 사실상 군 작전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프전이나 코소보 내전때 캐나다가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의 과거

캐나다가 기틀을 잡게 된데는 미국의 독립전쟁이 큰 몫을 했다. 영국을 조국으로 생각했던 주민들이 무더기로 캐나다로 이주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탈 미국’ 인구가 6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1812년 영국과 또한차례 전쟁을 벌이게 되자 미국은 이를 계기로 캐나다를 아예 자국영토로 만들려 했다. 미국이 처음으로 선전포고를 하고 치른 전쟁이다. 군함 몇척이 동원된 소규모 전투였지만 무승부로 끝나는 바람에 캐나다 정복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남북전쟁은 캐나다를 한데 뭉치게 만들었다. 서로 반목하던 프랑스계와 영국계가 연방정부 구성에 합의한 것이다. 링컨의 북부군이 승리하면 미국이 공격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링컨이 암살당하자 캐나다는한숨 돌리게 됐다.

오늘의 캐나다

원래는 프랑스 땅이었으나 영국이 빼앗아 식민지로 삼았다. 영연방에 편입돼 있지만 주권독립국가다. 명목상의 국가원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총독을 임명해 대리 통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권은 없다.
실제 국가 지도자는 총리. 집권당의 당수가 총리를 겸임한다.
프랑스계가 다수인 퀘벡주가 독립을 하려 했으나 2년전 주민투표에서 부결돼 연방을 유지하게 됐다.
캐나다의 공용어는 영어와 프랑스어. 영어권은 개신교, 프랑스어권은 거의 모두 가톨릭이다.

박용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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