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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 (118)] 화가 김아토…인간 실존의 문제, 감성적 추상으로 풀어낸다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1/03/14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3/14 18:39

이민자로서 뉴욕생활의 체험과 느낌 표현
반추상·의인화 기법으로 궁극적 자유 추구

 김아토의 그림은 뉴욕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끼는 여러가지 소재와 감정을 작가 특유의 조형적인 어법으로 풀어 내고 있다.‘이민자들’ 아크릴과 복합재료, 2010년.

김아토의 그림은 뉴욕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끼는 여러가지 소재와 감정을 작가 특유의 조형적인 어법으로 풀어 내고 있다.‘이민자들’ 아크릴과 복합재료, 2010년.

화가 김아토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여의도 근처 마포에서 성장했다. 숭문중고와 단국대 예술대학, 그리고 뉴욕으로 유학 와 프랫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현재는 뉴욕시 플러싱에 살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김아토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개인전과 각종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프랫인스트티튜드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최근까지 3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십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김아토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몇 가지 큰 기둥이 있다. 하나는 학창시절 김아토를 포함해 학생들을 헌신적으로 가르쳤던 스승들이다. 또 하나는 그가 살아 오면서 체험한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적인 상황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세계의 밑바탕에 중고등학교와 대학 때 은사와 선배들이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도 어린 시절 내가 그렸던 낙서들과 미술숙제를 거의 기억하고 있다. 천성적으로 그림이 좋아서 미술시간이 무조건 즐거웠다. 이후 숭문중고에 진학해 미술부 활동을 했는데 민중예술적 시문학을 추구하신 정희성 선생, 한국적 감성을 열정적으로 찾으신 이광성·오홍석 선생 등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분들에게서 민중미술을 느끼기는 했지만 한편 개인적으로 사회 투쟁이나 분노보다 올바른 역사관이 더 힘이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그분들에게서 미술인으로서의 실용적 사고, 일제문화의 왜곡과 근대화로 소멸된 우리의 정서, 한국의 미에 대한 실질적 접근법을 배운 것은 나의 예술 인생에 큰 자산이다. 이는 나의 작품세계, 미술인으로서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바탕이 되고 있다.”

또 하나 그의 예술세계 형성에 핵심 토양 역할을 한 것은 그가 살아 온 시대의 환경과 체험이다. 김씨가 어렸을 적에 살던 여의도는 비행기 활주로가 있었고, 섬 주변에는 개구리가 뛰어다니고, 근처 낮은 산들에서는 가재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경제 개발이라는 국가적 사명이 사회와 학교, 온 국민 정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한 김아토는 당연히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그는 이러한 시대 속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그가 가야 할 예술의 목적지에 대한 많은 생각과 고뇌를 하게 된다.

“당시 시대상황은 자유로운 사고가 막혀 있고 진실을 다루는 것이 매우 어려운 암흑기였다. 이 와중에 대학 생활을 통해 포스트모던의 미학 구조와 뉴미디어의 태동을 지켜봤다. 은사인 오숙희 교수는 고도사회 전환점인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철학적 빈곤에 대한 문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당시 백남준의 작품이 한국인의 정서를 현대적 매체로 전환해 보여준 기념비적인 혁명이라고 느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다져진 김아토의 체험과 표현욕구는 미국에 오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펼쳐진다. 그의 그림에는 그림자를 연상시키는 단순화된 사람의 모습, 콘크리트 벽과 중앙에 단 하나 외로이 그려져 있는 나무 등이 나타난다. 싸움을 하는 개(犬)를 그린 듯, 가시가 박혀 있는 목걸이를 한 날카로운 눈의 개가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려진다. 그의 그림에는 우리가 이 미국에 와서 살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들이 특별한 장식이 없이 직설적인 어법으로 서술돼 있다.

그렇다면 김아토는 이러한 그림으로 무엇을 그리는 것일까. 그가 지향하고 있는 세계는 바로 자신이 경험한 인간 실존의 문제, 냉엄한 삶의 세계를 감성적인 추상의 화면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그렸던 ‘이민자’ 연작 시리즈 등에 잘 나타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이나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작가 내면에 스며든 그 강한 실존의식이 그가 지닌 특유의 반추상주의 조형언어로 표현되고 있음이다. 김아토는 스스로 자신이 이러한 자신의 삶의 반영을 그림으로 드러내고 있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의 그림은 경험과 가치관에서 시작되지만 사회를 담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작가는 종교인과 철학자의 사이에 있는 존재다. 벽에 있는 낙서 하나, 교회나 절에 붙어 있는 그림 한 장이 어쩌면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를 바꾸는 힘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살면서 나와 우리 공동체가 느끼고 그 바탕 안에 투영된 바를 진솔하게 표현하려 노력한다.”

김아토는 예술적 사유에서는 이러한 확고한 바탕을 갖고 있지만 기법적인 면에서 특별한 재료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써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면 위에 콘크리트 벽면과 같은 처리를 해서 그 위에 물감의 번짐을 이용한 표현도 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인위적이기 보다는 자연 현상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성도 고려한다. 동물과 자연을 많이 다루려 하고 이러한 소재에 인간의 숨결을 담고 의인화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김아토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내면의 자유, 인간의 자유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언젠가 쓴 작업 노트를 통해 이렇게 자신의 내면에 담긴 실존적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숨결을 느낀다. 대상들이 뿜어내는. 동물이건 식물이건 돌멩이건. 이들은 의인화 되어 마치 나의 모습인 양 보인다. 혹은 남을 바라보기 위해서인 양. 나는 이민자를 상징하는 새를 그린다. 나는 그 새가 나와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대신해 주면서 화폭에 들어와 주기를 바랬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린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다. 나는 내 주변의 존재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나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진실로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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