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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초면에 자녀자랑하는 부모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자신의 자녀 자랑을 늘어놓는 분들이 있다. 얼마 전 처음 만난 한 분은 6학년인 아들이 미국에 온지 2년 만에 학교의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고 하면서 아들의 총명함을 자랑했다.

나는 그 분이 아들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알기에 그만큼 기쁨이 크시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함께 기뻐하고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전에 뉴욕에 갔을 때는 한 여성 분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딸이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국제 기구에서 일하게 되었다면서 자랑스럽게 딸 이야기를 해서 조용히 들었던 적이 있다. 이뿐이 아니다. 살아가다 보니 많은 분들이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자녀 자랑을 한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모두 그렇다.

왜 모르겠는가? 우리의 자녀 자랑이 기쁨과 감사의 표시라는 것을. 세상의 기쁨 가운데에서 자녀가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좋은 결과를 내어서 느끼는 기쁨만한 것도 드물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학교에 진학하거나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고 뛰어난 재능으로 상을 받는 경우에 부모는 자신이 그 일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기쁘다.

자랑 거리가 있는 부모들은 그래서 누군가가 자녀에 관해 물어 봐주기를 기다릴 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만나면 우선 자녀의 이야기부터 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를 알려주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만 다시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는 우수하고 뛰어난 자녀들보다 보통의 자녀들이 더 많다. 학교 성적이 모두 A 인 자녀보다는 그렇지 않은 자녀들이 더 많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 학교를 가는 자녀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자녀들이 훨씬 많다. 어느 부모가 자녀가 잘 되지 않기를 바랄까마는 세상의 자녀들 중 일부만이 부모의 바램대로 결과를 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자녀 자랑을 할 수 있는 부모들은 그리 많을 수가 없다.

그래서 처음 만난 처지에 자녀 자랑을 할 경우 적지 않은 분들이 당혹해 하거나 심지어는 불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내 입으로 먼저 자랑을 늘어놓지는 말자. 누군가가 처음 만났는데 우리 앞에서 자신은 아주 좋은 집에서 산다거나, 돈을 많이 벌어서 기쁘다면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낄 것인가?

물론 잘 알고 지내는 사이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서로 나누면 더욱 좋다. 아는 분의 자녀가 공부 열심히 한다는 소식은 늘 나를 기쁘게 한다. 자녀가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부모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들이 나의 아들을 걱정해 주었고, 그 덕에 나의 아들이 잘 자라는 것이라 여기니, 그들의 자녀 소식도 내 아들 소식과 다름이 없다.

아들을 이끌며 알게 된 것들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아들의 교육에 활용한다. 자랑이란 그저 자랑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종 초면에 자녀 자랑을 하는 부모를 만나도 기쁘게 들어주고 격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을 떠나 낯선 곳에 와서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더구나 다른 문화에서 자라면서 미국인처럼 생각하려는 자녀들을 지도해서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처음 만난 사람이 당신의 앞에서 자녀 자랑을 늘어놓아도 웃으면서 들어주자. 그 자녀들을 축복해주자. 우리는 같은 처지에 있지 않은가?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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