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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보다 더 참혹…희망 있으니 내일 있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LA파워블로거 타치이리 카츠요시

일본은 절제된 감정표현이 미덕
균형이 깨지면 망한다는 것 알아
과거사·독도 불구 한국 도움에 감동


타치이리 카츠요시는 일본 베스트셀러 '소셜미디어 혁명'의 저자다. 이 책은 아마존 재팬 베스트 셀러 랭킹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그는 하루 평균 블로그 방문객 2000명, 트위터 팔로워 1만4000명을 가진 LA지역 파워블로거다. 요즘 그의 블로그에는 대지진 참상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의 글이 가득하고, 트위터에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계속 올라온다. 15일 LA다저스 스태디움에서 열린 '일본 대지진 돕기 행사'에서 그를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참상을 겪고 있는 일본을 깊이 들여다 봤다.

-피해가 엄청나다.

"정말 믿고 싶지 않다. 그 어떤 재난영화도 이처럼 잔혹하진 않았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 1만년동안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소리도 돌고 있다. 일본은 현재 패닉상태다. 개인적으로 회사 동료의 가족이 미야기현에서 실종됐다. 또 아내의 고향이 동북부 아키타현인데 그 곳도 지진의 여파가 있어 불안하다."



-일본의 지진 대비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엔 상상을 초월했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지진보다 쓰나미가 더 큰 문제였다. 일본은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1년에 두차례 지진 대비 훈련을 한다. 어릴 때부터 지진을 많이 겪는 일본인들은 지진이 일어나면 뭘 해야하는지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미리 중요한 서류 통장 옷가지 등을 따로 보관한다. 하지만 쓰나미는 이야기가 다르다. 10m가 넘는 파도가 급작스럽게 마을을 삼켰다. 시간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참 침착하다.

"본래 농사 짓던 나라여서 친절하고 유순한 사람들이 많다. 일본은 절제된 감정표현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나라다. 화합 협력 등을 중시하는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내면 균형이 깨진다. 균형이 깨지면 모두가 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방송에서도 생존자들이 울거나 건물이 쓰러지는 자극적인 영상은 잘 내보내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도 터무니없는 루머들이 많은데 서로서로 '아니다' '걱정말라'하며 평정심을 찾으려 한다. (기본적으로)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의 지진 대응은.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간 나오토 총리가 원전 폭발 소식을 TV보고 알았다는 것은 어이가 없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일본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의 인기는 매우 높다. 105시간이나 잠을 자지 않고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 등에는 '에다노 네로(에다노 잠 좀 자요)'라는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총리의 리더십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진에 대해 '우상숭배' '천벌' 등 망언이 쏟아지고 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은 하나님을 믿지 않아 벌 받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아침엔 NBC방송에서 '일본에 성금 보내지 마세요(Do not donate money to Japan)'라는 기사도 나갔다. 화가 났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천벌 발언)에 대해 묻자) 그 사람은 원래 이상한 말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뼛속까지 우익이다. 위안부 일제강점 등에 대해서도 망언을 한 바 있다. 최근 일본 내 가장 큰 비디오 렌탈업체인 '츠타야'의 한 지점장이 'TV에서 지진방송만 나오니까 지겨우신 분들 이용해주세요'라고 광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도 일본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과거사 독도 등 한일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한국의 도움이 가장 빨랐다. 감동했다. 연일 욘사마를 비롯 한류스타들의 거액 기부도 뉴스가 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 오사카 출신이기 때문에 이 점은 잘 안다. LA지역 한인 커뮤니티의 성금 모금도 열정적이라 들었다.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치카라(意力.의력)라는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요즘 무슨 글을 남기나.

"함께 이겨내자는 글이 많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본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 희망이 있으면 내일은 온다. (블로그에 글을 남겨) 성금 모금 자원봉사 등 LA지역 일본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제도 다저스 스태디움에서 내 블로그를 보고 성금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큰 지진을 경험했나.

"1994년에 유학와 노스리지 지진을 겪지 않았고 한신(고베) 대지진(1995년)도 피했다. 하지만 19세까지 일본에서 자라 여러 지진을 경험해 지진의 위력을 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다. 지진 규모는 숫자 한자리 차이로 생사가 갈린다. 규모 6과 7의 피해차이는 32배다. 한신 대지진의 피해 복구만 10년이 걸렸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지…."

-일본 현지인들과 연락하고 있나.

"하루에도 몇 번씩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연락한다. '괜찮아요?'라고 질문을 하면 바로바로 대답이 온다. 감정이 격해질 때도 많다. '이 곳은 이렇게 평화로운데'라는 생각을 하면 한없이 슬퍼진다. 네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

-한국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한국이 보여준 관심과 지원에 너무 감사하다. 한국도 방사능 등 여러 우려가 있는 줄로 안다. 이번 일본 지진을 보고 여러가지를 참고해 혹시 있을 지진이나 천재지변에 준비했으면 좋겠다. 일본은 원자폭탄을 경험한 유일한 나라이고 여러번 지진으로 무너진 나라다. 분명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본다. 한국인이 보여준 사랑이 한일 양국의 우정을 이어줄 것이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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