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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구조 중 순직 고 한주호 준위 1주기 … 진해에서 만난 아들 상기씨

[조인스] 기사입력 2011/03/23 11:28

교과서에 실린
‘UDT의 전설’ 한주호
교사가 된 아들은
그 교과서에서
아버지를 만납니다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끔 먼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 지었다. 아버지 꿈을 꾸고는 깜짝 놀라 깰 때가 많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 유품을 보관해온 방으로 들어간단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 위해서다.

한주호 준위가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 승무원을 구하러 차디찬 바닷속에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지 1년. 그의 아들 상기(27·교사)씨는 “1년이란 세월이 금세 지나갔지만 아버지 생각을 잊기 위해 정신 없이 일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고 한주호 준위(오른쪽 위)의 아들 상기(27)씨는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진해=송봉근 기자]<br>

고 한주호 준위(오른쪽 위)의 아들 상기(27)씨는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진해=송봉근 기자]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안골포 초등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천안함 1주년을 앞두고 당시 전사한 장병 가족의 비통함을 헤아려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를 거듭 설득한 뒤였다. 조심스레 말문을 연 그는 “나라를 위한 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이 국민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며 “그 뜻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차분하게 했지만 아버지를 향한 안타까움을 표정에서 감추지 못했다.

상기씨는 한 준위가 순직(3월 30일)할 당시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 중위로 근무 중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2주 전쯤 집으로 휴가를 갔다. “기차시간에 늦지 않게 아버지가 진해역까지 태워주면서 ‘다음에 소주나 한잔 하자’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라고 말할 때 상기씨의 입술은 떨렸다. 곧바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 전화통화에서 ‘바닷물이 너무 차 구조작업이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힘들면 가지 마시라’고 했는데….”

지난해 6월 30일 전역한 그는 두 달 뒤인 9월 1일 이 학교에 부임해 5학년 담임을 맡았다. 올 신학기부터는 3학년 체육·도덕 전담교사로 근무 중이다. 그는 “아버지께서 교사가 되길 원하셨는데, 적성에 맞고 재미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학교 정문에는 ‘천안함 용사 및 한주호 준위 1 주기’ 추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학교 측은 이날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준위를 추모하는 수업도 했다. 김영찬 교장은 “한 교사 근무를 계기로 앞으로 학생 안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희생정신은 올 신학기에 보급된 초등 6학년 도덕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에 실려 있다. “교과서를 읽었다”는 상기씨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임무를 완수하려고 했던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천안함 46용사 1주기 추모식(국립대전현충원) 때 희생 장병의 유가족을 만나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유가족들이 잘 참고 견뎌 꿋꿋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던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전 아파트는 해군 관사여서 비워줘야 했다. 어머니 김말순(57)씨와 사는 이 아파트의 한 방에는 아버지 사진과 군복·훈장 등 유품을 보관해 놓았다. 대학에 복학한 동생 슬기(21)씨가 집을 찾는 휴일이면 슬픔을 잊으려 가족끼리 외식·쇼핑을 하곤 한다.

23일 창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어머니 김씨는 “지금도 남편이 항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것만 같아 아파트 밖을 내다보곤 한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던 김씨는 남편 순직 뒤 매일 아침 등산을 하며 건강을 꽤 회복했다. 김씨는 “첫 기제사(음력 2월 15일, 양력 3월 18일) 때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군은 30일 오전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진해루공원에서 고 한 준위의 동상 제막식을 한다.

진해=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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