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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권투하는 여배우의 '상식파괴'

이종호/논설위원

뻔한 길 대신 낮선 길 택하는
용기·결단이 풍성한 삶 원천
때론 아이처럼 무모해져 보자


지난 토요일 밤 한참 달구경을 했다. 평소 보름달보다 10% 이상 더 큰 수퍼문(Super Moon)이 뜬다해서였다.

과연! 그 어느 때 보던 달보다 더 크고 밝고 선명했다. 아이처럼 소원을 빌진 않았지만 달 속 전설을 떠올리며 모처럼 상기된 기분으로 한껏 동심에 젖어들었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 하나도 이렇게 엔돌핀을 돌게 한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늘 뜻밖의 일들로 해서 우리 삶은 훨씬 더 풍성해지는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예측대로만 굴러 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가 없을까.



이시영이라는 탤런트가 있다. 주연을 맡은 새 영화 '위험한 상견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앳된 아가씨다. 일본 지진 등으로 우울모드에 빠져있던 기분이 요 며칠 그로 인해 꽤 전환이 됐다. 뜻밖에도 그가 전국 아마복싱대회에 출전 48kg급에서 우승까지 한 것이다.

그는 솔직함으로 이미 유명한 탤런트다. 성형수술 받았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이은래라는 본명을 발음하기 어려워 바꿨다는 것도 스스로 밝혔다. 신세대의 당당함 청춘의 자신감이라고나 할까.

그렇더라도 권투?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얼굴이 생명인 여배우가 그것도 성형수술을 받은 얼굴을 주먹이 난무하는 사각의 정글에 내 놓는다는 것은 무모하다 못해 연기자의 길을 평생 망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굳이 그 길을 선택했다.

"하필이면 권투?" 모두가 물었다. "뻔한 길은 재미없잖아요." 당돌하지만 신선한 대답이다. 이런 상식파괴를 만날 때 우리는 유쾌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날 수많은 네티즌들이 열광했다. 그것은 그녀의 권투 실력에라기보다 과감한 도전정신에 대한 갈채였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에 대한 부러움섞인 박수였다.

살아보면 전에는 몰랐지만 지내놓고 난 뒤 뒤늦게 깨달아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작은 실천 작은 감사 소중한 사람들과의 작은 약속의 중요함 등이 그것이다. 익숙한 것만 고집하고 잘 할 줄 안다고 여기는 것들에만 매달리는 것이 인생 풍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중의 하나다.

'변화하라. 변신하라. 일탈과 파격을 즐겨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지만 나부터가 마음 뿐이다. 어쩌든지 익숙함에 머물러 있으려고만 든다. 어쩌다 변화를 시도한다 해도 그 변화조차 진부함의 늪을 헤어나지 못한다. 전혀 뜻밖의 행보로 세상의 허를 찌른 탤런트 이시영이 그래서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이다.

낯선 것을 앞에 두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 했다. 새로운 것을 보고도 흥분하지 않는다면 신체 나이에 관계없이 이미 노인이다. 한번쯤 자문해 보자. '내가 이미 그런 사람은 아닌가?'

최근 읽은 글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문구는 '어른들은 낯선 것도 금세 익숙하게 만들어 재미없어 하지만 아이는 익숙한 것도 낯선 것으로 만들어 재미있게 논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렇다. 한 순간에 생과 사가 갈라지는 게 인생임을 이번 일본지진에서 우리는 또 한번 확인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도 그 일로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에게 해봤을 것이다.

나는 평생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도 대답의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 안 됐다고 한탄하거나 실망하지 않기 새로운 도전을 앞에 두고 '내가 어떻게?'라며 지레 겁먹지 않기 때론 아이처럼 무모해져 보기 그리고 가끔 하늘도 쳐다보기….

우리의 삶을 그래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재물과 명예가 아니라 바로 이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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