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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따라잡기-3] "꼭 필요한 존재 되고 싶다"…해고됐다 복귀

"I Love Apple So Much…"

병가 떠나며 직원에 이메일

지난 1월 스티브 잡스는 "건강상의 문제로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병가를 떠난다"는 이메일을 전직원들에게 발송했다. 언론에 공개된 그 이메일의 내용중 마지막 '…I love Apple so much…'가 전 세계 잡스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가장 존경받는 CEO'에서부터 '미국 역사상 헨리 포드 이래 최고의 경영인'이란 현란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스티브 잡스의 단촐한 '애플 사랑' 한 마디에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깊은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췌장암 후유증과 간이식 수술로 언제 그 명을 언제 달리할지 모르지만 꺼져가는 불꽃이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지금 잡스와 애플은 전세계 테크업계를 질풍노도처럼 휘젖고 있다.

포리스트 리서치의 조지 콜로니 같은 월가 분석가들은 애플의 매출규모는 전년대비 52% 성장한 것이라며 2-3년내로 3000억달러 매출을 넘어 엑손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전세계 최대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예상했다.



'파산위기' 불구 CEO 수락

앞서가는 회사에 대한 분석과 예상은 항상 장미빛이다. 반대로 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로 복귀했을 때 월가 전문가들은 자신있게 애플의 미래를 '6개월내 파산'이라고 선고했다. 오죽하면 델(Dell) 컴퓨터의 창립자이자 CEO 마이클 델은 "차라리 회사를 정리해 주주들에게 조금이나마 현금으로 돌려주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독설을 뿜었을까. 그랬던 델 CEO는 지금 망해가는 회사 살리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니 역시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다.

잡스의 애플 복귀도 사실 애플 이사회가 처음부터 원한 것은 아니었다. 심폐소생에 의존하는 회사를 살려내기 위해 사방팔방 적합한 CEO 를 찾아봤지만 실리콘벨리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능력있는 후보들에게선 모두 "미안하다 못하겠다"란 답변만 들어야했다. 모두가 애플의 사망선고를 기정사실화 할때 스티브 잡스가 돈키호테처럼 용감무쌍하게 뛰어들었다.

구조조정.신제품 개발 승부

실제 애플의 유동성은 당시 5개월 정도 버틸 운영비 정도였다. 잡스는 애플이 보유한 재산을 매각했다. 디자인부서가 보유했던 최첨단 시뮬레이션 장비까지 팔아 현금확보에 열을 올렸다. 여기에 50여종에 이르던 제품을 단 4가지 제품으로 초극단 다이어트를 실행했고 65%의 직원을 감원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당시 회사내에서 "I got Steved!"란 유행어가 나돌았다. "나 짤렸다"는 의미였다.

잡스는 85년 자신이 스카우트한 존 스컬리와 이사회에 의해 불명예 퇴직하면서 복수의 일념으로 보유했던 주식 단 1장만 남기고 모두 팔아치웠다. 주식 한장 남긴 이유는 나중에 애플보다 더 큰 회사를 만들어 성공해서 그 주식을 보며 비웃어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이후 넥스트(NeXT) 컴퓨터 회사를 설립하고 조지 루카스로부터 컴퓨터 에니메이션 회사 픽사(Pixar)를 인수했지만 90년대 초반 잡스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만했다.

넥스트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운영 체제와 독보적인 디자인의 컴퓨터까진 만들었지만 매출은 늘지 못해 만년 적자에 시달렸고 픽사에선 자신의 개인재산까지 거의 다 말아먹는 상황이었다.

'인수하자' 제안엔 NO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잡스였다. 불행중 다행으로 픽사의 토이스토리(Toy Story)가 94년 기적적인 블록버스터 히트를 기록하면서 잡스의 운이 반전됐다. 하지만 여전히 넥스트는 밑빠진 독이었다. 운이란게 한번 들어오면 이어지는 속성이 있나보다.

96년 애플 길 아멜리오 대표는 차세대 운영체제를 잡스의 넥스트로 정하고 4억달러에 구매한다. 아멜리오는 친절하게도 잡스에게 회사고문으로 제품개발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잡스가 애플 CEO로 복귀할 때 언론은 그가 커튼 뒤에서 이사회를 공작해 자신을 불러들인 아멜리오를 내쫓았다는 식의 이야기를 유포했다.

하지만 2009년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의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로 잡스의 애플 사랑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잡스와 엘리슨은 둘도 없는 오랜 친구 사이. 엘리슨은 97년 애플 CEO 섭외를 받고 있던 잡스와 함께 하와이 여행에서의 일화를 기자들에게 풀어놨다.

그는 잡스에게 "차리리 애플을 그냥 인수해버리자"고 제안했다. 망해가는 애플 이사회가 잡스를 대표로 맞으면서 지나치게 앞뒤재는 행보가 꼴보기 싫었고 잡스가 대표자리를 노리고 이사회를 공작한다는 언론의 소설이 싫었기에 애플을 인수하자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잡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내가 창업한 회사고 나를 내친 회사다. 애플의 회생을 위해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믿게하고 하고 싶다. 무력은 안된다. 그래야만 내가 대표가 돼서 결정하는 모든 일에 도덕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잡스는 날개없이 추락하는 애플을 살리기위해 점령군이 아닌 창업가의 무한한 사랑으로 대표직을 받아들였다.

애사심.직원사랑 각별

82년 2월10일, 스티브 잡스의 야심작 매킨토시가 영글어지고 있었다. 지난 8개월 동안 애플 디자이너들의 목을 조르고 졸라 매킨토시의 최종 케이스 목업 디자인이 완성된 날이다.

수도 없이 잡스에게 퇴짜를 맞았던 디자인팀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샴페인을 직접 딴 잡스는 디자이너 한사람 한사람에게 손수 잔을 채워주고 있었다. 잡스는 개발팀 전원을 모아놓고 A4 용지 한장을 돌리면서 각자 사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도 종이 한가운데 빈여백에 사인을 마쳤다.

잡스는 "맥 개발팀만의 비밀"이라면서 "이 사인은 역사적인 매킨토시 컴퓨터의 케이스 백패널 뒷면에 아무도 모르게 새겨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84년부터 89년말까지 생산됐던 매킨토시 클래식 모델 케이스 뒷면 안쪽에는 이처럼 아무도 모르게 개발자들의 사인이 새겨져있었다. 개발팀과 잡스만의 비밀이었다. 물론 개발자들의 사기를 위한 것이었지만 역시 자신이 직접 개발한 제품과 직원을 사랑할 줄 안 리더의 단면이었다.

오늘날 애플의 재건과 반전 드라마에는 한 경영인의 집요한 승부사적 기질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근성 여기에 남이 생각지못한 창조적인 발상의 조합이 어우러져있지만 그 어떤 경영자도 범접할 수 없는 각별한 애사심은 결코 가볍게 간과할 수 없는 잡스의 성공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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