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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 (120)] 조각가 장은진…십장생의 정신세계·미감을 3차원 조각언어로 구현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1/03/2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3/28 16:24

한국인의 전통 정서 바탕으로 현대조각 창작
내면의 영혼을 표현하는 설치작품으로 진화

장은진의 조각은 한국의 전통 회화에 등장하는 십장생이 갖고 있는 영생과 불사의 세계를 작가의 독자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현대조각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무극(Reconciliation)’ 60x169x184cm, 브론즈와 오석, 2010년(왼쪽부터). '팔괘(The Eight Trigram]' 144x144x200cm, 부빙가 아프리카 나무, 2006년. '학(Crane)' 35x27x50cm, 브론즈, 2006년.

장은진의 조각은 한국의 전통 회화에 등장하는 십장생이 갖고 있는 영생과 불사의 세계를 작가의 독자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현대조각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무극(Reconciliation)’ 60x169x184cm, 브론즈와 오석, 2010년(왼쪽부터). '팔괘(The Eight Trigram]' 144x144x200cm, 부빙가 아프리카 나무, 2006년. '학(Crane)' 35x27x50cm, 브론즈, 2006년.

장은진은 30대 여류 조각가로 대구에서 태어나 성신여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와 보스톤대 석사, 뉴욕대에서 예술행정 과정을 이수했다. 그 동안 6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현재는 뉴욕과 보스턴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5월 보스턴에 있는 포트포인트 아트갤러리에서 7회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장은진은 어린 시절 음악과 가까웠다. 미술을 하기 전 음악의 세계를 먼저 접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익혔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2차례 협연을 하는 등 장래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주위의 조언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장은진은 “당시 2년간 음악과 미술을 병행했는데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미술에 끌리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먹의 향기, 곧 묵향을 너무 좋아했다. 또 큰 산수화나 동양화의 그림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었던 경험도 있다. 그렇다고 미술과 음악을 구별하고 우열을 나누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미술을 업으로 하는 조각가지만 나의 예술세계에는 미술과 음악이 서로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진은 이러한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감성은 그의 대표작 시리즈인 십장생 (十長生) 조각에 온전히 나타난다. 십장생은 본래 한국의 민간신앙이나 도교에서 나오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10가지 사물이다. 말하자면 거북(龜)·사슴(鹿)·학(鶴)·소나무(松)·대나무(竹)·불로초(不老草)·산(山)·내(川)·해(日)·달(月)을 말한다. 그러나 십장생은 한국인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 정신세계의 반영이기 때문에 십장생의 구체적인 항목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십장생으로 해·돌(石)·물(水)·구름(雲)·소나무·대나무·거북·학·산·불로초를 꼽기도 한다. 10가지 항목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어 거북과 학은 가장 오래 사는 동물로 알려져 있기에 장수를 상징하고, 소나무는 사계절 늘 푸르른 기상을 유지하고, 대나무는 휘지 않고 강한 기상을 상징한다. 모두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장수를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십장생은 한국인의 자연관과 인생관, 세계관을 대표하는 것으로 문화와 예술, 신앙은 물론 일상 생활의 도구와 장식 등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장은진은 이러한 십장생, 곧 십장생 그림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조각으로 만든다. 그는 이렇게 자신이 십장생 조각을 만들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에게 종교만큼이나 강한 것이 희망이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고 싶은 욕망, 십장생도는 바로 그것이 표현된 것이다. 나는 살아 오면서 아름다운 공예품도 보았고, 수 많은 자료와 그림도 보았다. 그러나 십장생을 주제로 한 조각은 보기 어려웠다. 나는 서서히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스케치를 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십장생 조각 분야를 개척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지난 17년 동안 십장생을 기반으로 하는 조각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장은진이 그 동안 추구한 십장생 조각들은 브론즈(황동)와 철, 나무, 돌 등을 재료로 해서 산과 물, 나무와 구름, 동물 등을 3차원 조각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우주와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는 둥근 원형의 브론즈 표면에 십장생 무늬를 새겨 넣거나, 또는 브론즈로 원형 통 모양을 만든 뒤 이 위에 구름과 산 등의 십장생 무늬를 그리고 한편으로 소나무 가지가 이 원형 통 바깥으로 뻣어 나오면서 학이 그 소나무 가지 위에 올라 가 있는 것도 있다. 그의 이러한 십장생 조각은 브론즈와 나무 등의 재질이 주는 친밀감과 함께 그 위에 그려지거나 새겨진 십장생 형태와 무늬의 전통적인 미감으로 인해 장식적이면 한편으로 명상적인 느낌을 준다.

장은진은 이 같은 십장생 조각과 함께 최근에는 나무와 천을 이용한 설치 조각작품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의 기본적인 주제는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 이것을 3차원 공간에 자유롭게 펼쳐내는 것이다. 십장생 조각에서 한 발 더 나간 그의 최근 작품들에는 배의 돛에서 느껴지는 듯한 부드러움과 강함이 함께 표현돼 있다. 장은진은 자신의 이러한 모든 작품들이 깊은 고뇌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행복할 때 만들어지는 예술은 풍부하며 아름답다. 그러나 고뇌로 이뤄진 예술은 깊다. 슬프도록 아픈 고뇌는 삶과 영혼을 단련한다. 작가는 돌처럼 깎이고 쓸리지만 그 속에서 형태를 잃은 영혼을 찾아내 세상 밖으로 끌어 올린다. 최근에 만든 ‘내 영혼의 부분(The Part of My Soul)’ 작품은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는 완전히 하나를 이루지 못한 영혼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미완성처럼 보이는 단편적인 작품 하나하나를 모아 큰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완벽한 하나의 영혼을 구축하려 한다.”

장은진은 이러한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십장생 조각 또는 최근의 영혼의 깊은 부분을 드러내는 작품을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작품활동은 이해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이해를 통해야만 예술이 인간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장은진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믿음이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한정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을 허물고 싶다. 예술의 영역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이다. 예술은 생활이며, 이상이며, 꿈이다. 예술은 상상력의 날개다. 무한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예술은 보다 더 넓어진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로 통합돼 예술이 인간을 이해시키며 감동시키는 날이 언젠간 오리라 믿는다. 나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끝없는 노력으로 예술이 반드시 큰 감동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게 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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