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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베껴쓰기

“너, 남의 글은 절대로 베껴쓰지 마라, 알았지?”

지난 주에는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오랫만에 저작권과 표절(plagiarism) 이야기를 했다. 새리 홀위츠(Sari Horwitz)때문이었다.

새리 홀위츠는 퓰리쳐 상(Pulitzer Award)을 세번이나 수상한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신문의 기자다. 그녀는 단순 보도가 아니라 소위 탐사(investigation) 보도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명문 브린 모어 대학(Bryn Mawr College)을 나와, 영국 옥스포드대학교(Oxford University)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정치와 철학, 경제를 전공했다. 한 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그녀가 받은 퓰리쳐상의 수상 기사 중에는 2008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도 있다.

그런 그녀가 지난 3월 16일자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썼기 때문이다.



지난 1월 8일 애리조나주에서 있었던 연방 하원 가브리엘 기퍼즈(Gabrielle Gifford)의원 총격 사건 관련 기사를 쓰던 홀위츠는 3월 5일과 11일에 애리조나 리퍼블릭(Arizona Republic)지에 실렸던 타인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쓴 점이 인정되어, 회사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그리고 명예롭게 일했던 탐사보도부를 그만두었다.

그녀의 위상은 하루 아침에 땅으로 떨어졌는데 사실 매일같이 마감시간에 쫓기며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자들은 누구라도 조금 방심하면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남의 글을 가져다 자기의 글로 만들어 쓰는 행위를 미국 사회는 가볍게 넘기지 않고 반드시 따져서 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묻는다. 대학원 과정으로 유학을 온 나는 수업 첫날에 “남의 글을 함부로 옮겨쓰지 않겠으며, 만일 그럴 경우 학칙에 따라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양식에 서명을 했다. 이후 공부하는 내내, 나의 글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오해라도 받을까 늘 조심하면서 과제물을 작성했던 것은 물론이다.

한번은 미국인 친구가 남의 글을 무단으로 베껴 쓴 것이 드러나 정학 처분을 받는 것도 보았다. 요즘은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과제물이 베낀 흔적이 있는지를 온라인의 몇몇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과 온라인으로 연결된 셀수 없이 많은 자료들을 대조한 후 남의 글을 옮겨 쓴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 주는 이런 웹사이트들을 사용하는 학교와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는 자녀들에게 타인의 저작물을 쉽게 옮겨 쓰게끔 유혹하고 있다. 자녀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스스로 하고, 천천히 완성하여야 할 일도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훌륭한 자료들이 온라인에 쌓여 있으니, 유혹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교육 현장의 지도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을 들이기보다는 온라인에서 남의 글을 베껴 살짝 바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누가 알겠는가, 슬프게도 우리 자녀가 그런 일로 처벌을 당할지. 자녀들이 남의 글을 마구 옮겨쓰지 않도록 단호하게 지도하는 한편, 스스로 조사하여 글을 쓰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겠다.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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