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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여러 형제 중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여덟 살에 부모를 모두 잃고, 큰형의 집에서 더부살이로 자랐다. 가난한 형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열 살부터 일을 하여 스스로 밥벌이를 해결하고 공부를 했다. 그는 대학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천부적인 재능과 열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자가 되었다. 그러나 가난하고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그에게 좋은 직장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를 고용한 사람들은 이런 저런 구실로 그에게 약속한 보수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그는 정해진 일 외에도 여러 가지 잡무를 해야만 했다. 보수는 형편없었고,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언젠가 공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에서 그가 보여준 실력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탁월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취직을 하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재단 측에서 ‘실력보다는 기부금을 많이 내는 후보를 뽑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빈자리는 실력은 형편없었으나 많은 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가 실력이 있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리에 멸시를 당한 적도 있다.

그는 빠듯한 수입으로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사색하고, 연구했다. 운이 좋았던 세월도 있었지만, 생활고는 평생 그를 따라 다녔다. 나이가 들자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에게는 백내장이 찾아왔다. 그는 ‘돌팔이’ 의사에게 두 번의 수술을 받고 완전히 실명하게 되어 마침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그가 죽어갈 때 아무도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았고, 그의 고용주는 그가 죽기 전 이미 후임자까지 뽑아놓고 그를 멸시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미망인에게 지급되기로 했던 연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독일의 문호로 알려진 괴테는, 그가 지은 음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했다. “천지창조 이전에 하느님이 자신과 나눈 대화.”

음악계에서 3월은 ‘바로크 음악’의 달이라고 할 만하다.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생일이 3월에 있기 때문에 방송이나 라디오에서도 바하를 위시한 바로크 음악계 거장들의 음악을 다투어 소개한다. 바하의 생일은 3월 21일 혹은 31일로 소개가 되는데, 바하 생존시의 구달력의 날짜를 신달력으로 계산할 경우 31일이 된다. 우리들에게 음력, 양력 생일의 혼선이 빚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래서 내일이 바하의 생일이다. 천지 창조 이전에 하느님이 자신과 나눈 대화 같은 ‘신의 선율’을 우리들에게 남기고 간 바하.

그런데 막상 그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책자 속에 담긴 바하의 삶은 서양 음악의 역사에서 ‘바하 이전과 바하 이후’를 가를 정도로 위대했던 한 음악가가 마땅히 누렸어야 하는 삶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위에 소개한 대로 그는 생활고에 시달렸고, 그다지 실력을 인정받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연주를 하고 곡을 썼다. 그는 ‘생활인’으로 평생을 살았다.

바로크 시대의 또 한사람의 명장으로 헨델(Goerge Fredric Handel, 1685~1759)이 있다. 바하와 동일한 해에 태어나서 비슷한 시기에 음악 활동을 한 작곡가이다. 바하와는 달리 헨델은 일찍이 ‘해외 유학’도 하고 영예를 누리며 작곡 활동에 몰두했다. 우리가 화려하고 웅장한 헨델의 음악보다 바하의 음악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생활인’으로서 성실하게 살다간 바하의 삶이 우리들, 보통 사람들의 삶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그래서 그의 음악 속에 우리의 모습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3월 내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로크 음악에 취하여 보내면서 종종,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바하의 삶에서 우리 일상의 은혜를 읽는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바하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며 푸시킨의 오래된 산문시를 떠올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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