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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원자력 딜레마와 '차이나 신드롬'

김완신/논설실장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세계가 핵 공포에 휩싸여 있다. 원전 부근에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고 한반도를 비롯해 미 서부와 유럽 각지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각국에서는 방사성 물질의 탐지와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강구중이다.

핵유출이 가져오는 심리적인 공포는 다른 어떤 것보다 크다. 인류는 지난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돼 수십만명의 인명살상을 가져온 원자폭탄의 위력을 실감했었다.

이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사고가 알려지면서 공포심과 함께 원전 관련 음모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의 위험성이 축소돼 왔다는 비난과 일본정부의 은폐설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다.

지난 28일은 '스리마일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79년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도핀카운티의 스리마일 섬에서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7년 뒤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었다. 스리마일 사고는 방사성 물질 유출이 심각하지 않아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10만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할 정도로 극심한 공황상태를 야기했었다.



이 사고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켜 폭발 3일 후에 스리마일 섬을 방문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국에서 더 이상 원전을 건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사고 발생후 30년이 지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재개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원전 반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연의 일치로 스리마일 원전사고 12일 전인 1979년 3월16일에는 '차이나 신드롬(The China Syndrome)'이라는 영화가 개봉됐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TV리포터와 카메라맨이 핵발전소를 취재하다가 사고를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핵발전소 사고를 즉각 보도하려 했지만 전력회사 방송국 정부 연구소 등이 은폐시도를 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핵발전소를 둘러싼 음모와 원전개발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스크린에 담았다.

영화의 제목인 '차이나 신드롬'은 1971년 핵물리학자 랠프 랩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고인 멜트다운이 가져 올 심각한 결과'를 지칭하는 학술용어였다. 그러나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가 증폭되면서 핵물질의 확산이 중국에 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와전되었다.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원전을 영구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2008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전력 생산의 에너지별 비중을 보면 원자력이 13.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는 석유로 만드는 전력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아직까지는 석탄이 40%를 넘어 전력 생산의 주요 자원이기는 하지만 원자력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원자력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의 경우는 76.2%를 차지하고 한국도 37% 가까이 원자력 발전으로 전기를 충당한다.

현 시점에서 원자력을 포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 온난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뿐 아니라 원자력을 대신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개발된 것도 아니다.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한 핵으로 인한 가공할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이것이 원자력 발전의 딜레마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는 옛말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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