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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재능기부와 미국의 힘

[LA중앙일보] 발행 2011/03/3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3/30 17:39

이종호/논설위원

자신만이 가진 지식·기술
필요한 곳에 나눠주는 일
새로운 기부형태로 확산돼


한국 사람들 역시 화끈하다. 일본지진 성금 얘기다. 보름간 대한적십자사에 모인 금액만 200억원이 넘었다. 기업 성금이나 다른 단체에서 모은 성금까지 합치면 550억원(5000만달러)이나 된다. 미주 한인들이 LA중앙일보에 접수한 것도 12만5000달러에 이른다.

무슨 재난이 발생하거나 힘을 모아야 할 일이 생기면 순식간이다. 가슴에 불만 지펴지면 물 불 가리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의 기부 문화다. 그만큼 충동적이라는 말이다.

죽기 전에 모든 것을 털어주고 세상을 떠나는 청산형도 많다.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했다는 '김밥 할머니'의 감동 스토리들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어떨까.

우리보다는 훨씬 계획적이고 지속적이다.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기부하고 분야도 다양하다. 자기가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하면서 기쁨과 보람도 누린다. 그만큼 기부가 생활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프로보노'라는 것도 있다. 공익을 위한다는 뜻의 라틴어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를 줄인 말이다. 미국에서 처음 이 말이 쓰였을 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사들이 무보수로 법률 서비스를 해 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료.교육.경영.문화예술 등 각계 전문가들이 펼치는 다양한 무료 봉사활동을 다 프로보노라고 부른다.

미국을 떠받치는 힘은 이런 것들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 나보다 덜 가진 사람을 위해 물질 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시간까지 내놓을 줄 아는 사람들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최근 한국도 '재능기부'라는 말이 부쩍 회자되고 있다. 그 동안은 기부하면 으레 돈이나 물건을 제공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가진 남다른 능력과 기술을 나눠주는 것도 훌륭한 기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비로소 눈을 뜬 것이다.

며칠 전엔 최수종.하희라.김수로 등이 소속된 연예인 봉사단체가 창덕궁 무인안내 시스템 구축에 목소리 기부를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한국과학기술원 정재승 교수도 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이 '차세대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뽑았을 만큼 주목받는 물리학자다. 그런 그가 주말마다 전국 도서관을 돌며 무료 강연으로 자신의 과학 지식을 기부하고 있다.

한국의 재능기부 붐은 명사들의 이런 사례들에 힘입은 바 크다. 그렇다고 전에 없던 것이 어느 날 툭 떨어진 것은 아니다. 교회나 절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가진 재능에 따라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재능기부다. 동창회나 동호인 모임에 열심인 사람들 역시 자신의 관심분야나 능력에 따라 여러가지 일을 한다. 그것 역시 재능기부다. 한인 커뮤니티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직업인들이 가끔씩 하는 무료봉사 이벤트도 전형적인 재능기부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의 활동은 '끼리끼리' 성격이 좀 더 짙다는 정도랄까.

미주 한인들의 기부 패턴 역시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형태가 바뀌고 있다. 비영리단체를 통한 결식 어린이 정기 후원이라든지 아프리카 우물파기 지원 등 미국화된 기부형태가 부쩍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능기부의 경우는 아직 생소한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같다.

재능기부라고해서 전문 직업인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이 갖지 못한 재능은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는 있다. 그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 또한 당연히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제대로 연결시켜 주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한인 커뮤니티에도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하는 단체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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